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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29. 2017

무난한 리메이크의 표본

걸작 호러영화를 리메이크한 <더 씽>  

 존 카펜터의 걸작 호러 영화 <더 씽>(1982)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냉전시대가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불어 닥친 메카시즘의 광풍과 공포를 인간의 모습을 복제하는 괴물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카펜터의 작품은 크리처 장르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매티스 반 헤이닌겐 주니어가 연출을 맡은 리메이크는 리메이크이면서 동시에 프리퀄이다. 1982년 작품의 오프닝을 고스란히 재현한 엔딩 크레딧의 장면은 물론, 이야기는 원작의 플롯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곳곳에서 원작에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을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2012년의 리메이크는 새로운 요소는 없지만, 킬링타임으로는 최고의 재미를 자랑하는 영화로 탄생했다. 

 원작의 구조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리메이크는 대게 비슷한 노선을 택한다. 원작에 대한 오마주를 바치면서, 보다 진보된 기술로 여러 특수효과들을 다시 만들고, 스케일을 키우는 방식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한다. <더 씽>은 리메이크이면서 동시에 프리퀄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고, 숏 바이 숏으로 원작의 장면을 재현하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이런 지점은 원작의 향수를 다시 불러옴과 동시에 효과적으로 호러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다만 공개된 제작 영상 속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진 애니메트로닉스 위에 덮어 씌운 CG 등의 부분은 원작의 팬이 열광했던 원작의 표현 수위를 재현해내지 못한 절반의 성공이다. 과하게 설명조인 후반부 장면들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엔 무명에 가까웠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와 조엘 에저튼 등 좋은 배우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점,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신선함을 추구한 점 등은 흥미롭다.


 사실 <더 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제적인 측면에서 드러난다. 냉전과 메카시즘이라는 배경을 고려했을 때, 2012년에 제작되어 개봉한 리메이크 작품은 이렇다 할 주제의식을 담아내지 못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변화했어야 할 영화의 테마는 원작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플롯 덕분에 이렇다 할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야기 자체를 현대적으로 변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오로지 장르적 재미와 쾌감을 향해 달려가는, 팝콘 무비의 전형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더 씽>은 재미있다. 저예산 장르영화의 가장 큰 목적이 재미 아닐까? <더 씽>은 그러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영화이고, 103분의 러닝타임이 (과장 조금 보태서) 지루할 새 없이 흘러간다. 새로운 성취는 없지만, 지금의 관객이 과거의 성취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원작의 프리퀄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리메이크는, 원작에 대한 흥미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형식을 가진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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