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유니버스의 귀환 <신비한 동물사전>
사실 <해리 포터>세계관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스네이프 등은 다시 나오지 못하겠지만, 영화 속 마법사들이 익숙한 주문들을 외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때문에 <신비한 동물사전>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기본만, 지루하지 않게만, 떡밥만 뿌리다 끝나는 영화가 아니기만을 바랬다. 다행히 영화는 기존 세계관에서 볼 수 있던 볼거리를 새로운 배경과 인물로 무난하게 풀어냈다. 또한 <해리 포터>의 첫 영화가 그랬듯이 과하게 다음 편을 세팅하지 않고 한 편의 영화로써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이 뉴욕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니플러’라는 마법생물을 통해 관객들을 빠르게 세계관 안으로 진입시킨다. 이후 펼쳐지는 뉴트의 동물들, 노마지(미국에서 마법사가 아닌 인간을 일컫는 말)인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와의 이야기, 미국의 마법부와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의 이야기, 그레이브스(콜린 파렐)과 크레덴스(에즈라 밀러)의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해리 포터>시리즈 초반 같은 밝은 톤과, 후반 같은 어두운 톤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등장하고, 영화 끝까지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과하게 호러스러웠던 <불사조 기사단>같지 않다.
마법 동물들의 모습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이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니플러는 영화 최고의 신스틸러이고, 뉴트의 옷깃에서 사는 보우트러클은 의외의 해결사 역할을 하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베이비 그루트 같은 느낌도 준다. 오캐미나 데미가이즈는 마법 세계의 신비로움을 드러냄과 동시에,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und Them’이라는 원제의 컨셉을 살린 스펙타클을 제공한다. <아즈카반의 죄수>에 등장했던 히포그리프 ‘벅빅’을 연상시키는 천둥새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이 올해 개봉한 다른 프렌차이즈들 보다 좋았던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과하게 떡밥을 뿌리지 않으며 영화 한 편으로써 완결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올해 개봉한 MCU나 DCEU 등의 영화를 보면 후속편을 세팅하는데 러닝타임을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 자체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러닝타임이 부족해지고 내러티브가 부실해진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해리 포터>를 본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추억을 되살릴 떡밥들만 뿌린다. 그것도 영화가 조금 늘어진다 싶은 타이밍에 등장시켜 영화에 대한 흥미를 유지시킨다. 하이라이트를 거쳐 영화의 엔딩으로 가면서 영화는 132분 러닝타임 안에 담긴 이야기를 온전히 끝맺음 한다. 속편이 나올 것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 방학을 맞이하며 한 편의 영화로 끝나던 <해리 포터>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간다.
두 번째는 캐릭터들을 쉽게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MCU의 최신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마어마한 배우들을 캐스팅해놓고 영화를 위해 마구 소비한다. 관객이 캐릭터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몰입하기도 전에 조연급 캐릭터들은 퇴장한다. 오로지 이야기 전개만을 위해 등장하고 퇴장한다. 혹은 DCEU의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캐릭터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이상하게 망쳐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신비한 동물사전>의 캐릭터들은 정이 간다. 뉴트부터 코왈스키, 티나, 그레이브스, 크레덴스, 심지어 잠시 등장하는 피쿼리 대통령까지 말이다. 캐릭터들의 설정이 확실하고, 그들의 전사를 완전히 설명하진 않지만 관객이 충분히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제시한다. 관객이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모험하며 자연스레 캐릭터에 정이 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J.K. 롤링의 최대 장점이 여기에 있다.
다만 영화 초반부가 조금 지루하다는 것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중심점으로 완벽하게 묶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영화 초반부엔 유독 사운드가 빈 곳이 많다. 긴 소설을 압축해 만들었던 <해리 포터>시리즈의 전개 속도나 수다스러움이 이번 영화의 초반부에는 없다. 특히 뉴트가 말이 많은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초반 전개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전개는 속도가 붙지만, 뉴트 일행의 이야기와 크레덴스 쪽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지진 못한다. 뉴트는 본인의 사정대로 동물들을 찾아 다니고, 크레덴스는 그 쪽의 이야기를 이어가다 후반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이야기가 이어진다.물론 앞에서 이야기가 대부분 설명되지만, 후반부의 봉합이 갑작스러운 느낌을 지우긴 힘들다.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다양한 포맷으로 개봉한다. 단 한 번 관람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IMAX 3D를 택하길 추천한다. 대화면과 풍성한 사운드는 물론이고, 3D효과가 상당히 뛰어난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밝은 화면을 제공하는 IMAX가 최적의 상영관이다. 또한 1.85:1의 화면비를 가진 영화인데, IMAX 스크린 상영 시 발생하는 위아래 블랙바를 뚫고 나오는 효과들이 등장한다. <고스트 버스터즈> 때 상당한 호평을 얻었던 효과인데, 이번 영화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단순히 마법들이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것을 넘어 동물들이 관객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총 5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그린델왈드(죠니 뎁)과의 대결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작이 없기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기대된다. 누구나 대만족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말하기엔 조금 아쉽지만, <해리 포터>시리즈와 함께 자라온 세대라면 충분히 만족하고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애초에 팬들이 바란 게 이거였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세계관을 망치지 않고 나름 준수하게 확장시킨 스핀오프이다. 오락영화가 갖춰야 할 볼거리와 유머도 충분하다. 추억이 돌아온 것에 감사하며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