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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24. 2017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

프랭크 카프라의 정치영화 고전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정치영화의 고전으로 언제나 손꼽히는 작품이자, <멋진 인생>과 더불어 프랭크 카프라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작품, <현기증>과 <이창>의 제임스 스튜어트가 원톱 주연으로써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이다. 지난 2016년 2월 국회에서 벌어진 필리버스터를 통해 다시 주목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잭슨시의 상원의원이 갑자기 사망하자 또 다른 상원의원 조셉 페인(클로드 레인스)과 그의 후원자 테일러(에드워드 아놀드)는 그들의 댐 건설 계획에 지장을 주지 않을 인물을 선택하라고 주지사에게 압력을 넣는다. 주지사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정치 문외한인 소년단 지도자이자 역대 대통령의 연설과 명언을 꿰고 있는 충실한 애국자인 제퍼슨 스미스(제임스 스튜어트). 워싱턴에도 처음 가보는 그는 상원의원으로서 워싱턴에 입성하지만, 허수아비라는 조롱만 듣게 된데. 이에 반발하기 위해 법안 제출을 꾀하는 그는 비서인 클라리사(진 아서)와 소년단 캠프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 제출하지만, 법안의 적힌 캠프 설립지가 조셉과 테일러의 댐 건설지임이 드러나고 그들에게 공격받기 시작한다. 결국 스미스의 상원의원 자격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스미스는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고 댐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발언하는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

 카프라는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를 통해 미국적 가치, 민주주의 공화정인 미국의 정신을 강조한다. 워싱턴, 제퍼슨, 링컨 등 역대 대통령의 일화와 명언들을 줄줄이 외우는 스미스를 극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워싱턴으로 가기 전과 워싱턴에 도착한 후 등장하는 몽타주는 성조기, 헌법, 링컨 동상, 국회의사당, 소년단 배지, 연회, 백악관 등을 교차시키며 헌법과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기반한 미국적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특히 링컨 동상에 적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구와 제퍼슨의 동상에서 제퍼슨이 들고 있는 독립선언문 등을 카메라로 비추는 모습은 꽤나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해당 장면들은 워싱턴에 도착한 스미스의 시선이다. 카프라는 사익을 위해 댐 건설을 추진하는 조셉과 테일러의 반대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는 스미스의 정신이 어디에 기반해있는지 몽타주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그렇게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의가 가진 자정작용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 스미스 개인의 의지와 정의를 보여준다. 자신을 상원의원이 되게 해준 사람이지만, 부패한 권력인 조셉의 행태에 대해 일갈하는 그의 모습은 민주주의 헌법에 기반한 ‘Great America’의 정신을 몸소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한국의 관객은, 헌법을 꺼내 읽는 스미스의 모습과 그를 지지하는 소년신문과 소년단이 조셉과 테일러의 방해공작에 맞서는 모습에서 한국에서 있었던 필리버스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스미스가 2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발언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그를 지지하는 소년단과 클라리사 등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스미스는 기나긴 발언 끝에 기절해 쓰러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셉은 뛰쳐나와 양심선언을 하고 자신과 테일러의 결탁을 자백한다. 동화적인 마무리 일지 몰라도 영화가 주는 승리의 쾌감은 상당하다. 민주주의의 가장 의미는 정의가 승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아닐까? 탄핵정국을 거쳐 대선을 앞둔 지금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속 승리가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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