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곽도원 심은경의 정치영화 <특별시민>
정치영화 과포화 상태가 아닐까? 물론 정치영화라는 틀 안에 뭉뚱그리기엔 <내부자들>과 같은 영화는 줄거리에서 차이가 느껴지지만, 지난 1월에 개봉한 <더 킹>까지 이어지는 정치인/기업인/검사/경찰 등의 의리와 우정을 다룬 영화는 거의 매달 스크린을 찾아왔다. 우연히 대선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져 더욱 화제가 된 영화 <특별시민>은 그 맥락을 벗어난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심은경, 라미란, 문소리, 류혜영 등이 연기하는 여성 캐릭터가 극의 큰 흐름을 차지하는 점도 앞선 영화들과의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특별시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만듦새의 영화였고, 목적이 뚜렷하지 못한 이야기는 영화 전체의 목적을 잃게 만든다. 영화의 장점은 같은 부류의 다른 영화에 비해 여성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에서 오는 약간의 신선함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시민>에 건 기대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나 <지정생존자>와 같은 정치 드라마, 혹은 조지 클루니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킹 메이커>였다. 현실정치를 말하는 사람들의 정치공학이나 세련된 전략이 담긴 영화가 등장하길 바랬다. 더러운 네거티브로 가득한, 아니 네거티브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세련된 모습의 영화를 바랐다. <특별시민>은 그 기대를 완벽하게 배반한다. 3선을 노리는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와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가 젊고 패기 넘치는 광고 마케팅 전문가 박경(심은경)을 선거캠프로 캐스팅 해온다는 설정은 관객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상대 후보인 양진주(라미란)과 그쪽 캠프의 홍보 담당자인 임민선(류혜영)과의 선거공작 대결이라던가, 박경의 대학 선배이자 잘 나가는 기자인 정제이(문소리) 캐릭터를 이용한 공방전을 기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카메라는 변종구, 심혁수, 박경 세 인물을 향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더 킹>의, <아수라>의, <내부자들>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다.
박인제 감독은 <특별시민>은 캐릭터 군상극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변종구, 심혁수, 박경세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영화 속에 등장하고 퇴장한다. 영화는 박경의 눈으로 선거판을 관찰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선거판 전체를 조명한다기보다 “똥물에서 진주를 건져 올리는 게 선거일이다”라는 심혁수의 대사를 증명한다. 영화 내내 ‘이 바닥에 끼어든 네 손도 더러워진 거야’라는 말이 영화 내내 강조된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은 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똥물 속에서 진주를 건져 올렸는가? 똥을 아무리 헤집어 봐야 손만 더러워지고 만다.
영화는 변종구를 사장시킬 수 있는 증거를 손에 쥔 박경이 그에게 자백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정치계에서 물러나 유권자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마무리된다. 이러한 마무리는 <더 킹>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인성이 ‘왕은 유권자 당신들입니다’라던 대사를 연상시킨다. 똥물에 손을 집어넣기를 자처했던 이들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면서도 시민을 사람이 아니라 표로 보는 관점이 영화 속에 녹아있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낙지를 집어삼키던 우악스러움을 연상시키는 변종구의 고기쌈 장면은 그래서 불쾌하다. 영화를 제작하는 도중에 터진 탄핵 정국과 촛불 혁명을 영화 속에 반영할 수야 없었겠지만, 그 시간을 통과한 관객에게 <특별시민>은 뒤쳐진 이야기로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