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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06. 2017

작은 파장에도 크게 흔들리고 마는 유약한 관계에 대해

전주영화제 상영작 <골든 엑시트>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닉(아담 호로비츠)은 아내 알리사(클로에 세비니)의 동생 그웬(메리 루이스 파커)이 의뢰한 아버지가 남긴 각종 자료를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호주에서 온 인턴 나오미(에밀리 브라우닝)를 고용한다. 나오미는 아내 제스(에널리 팁튼)와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 친구의 아들 그렉(크레이그 부타)이 마침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을 알고 그를 만난다. 제스의 언니 샘(릴리 라베)은 그웬의 비서로써 일하고 있다. 알렉스 로스 페리의 신작 <골든 엑시트>는 부부, 자매, 친척, 고용자-피고용자 등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는 브루클린의 사람들 사이에 외지인인 나오미를 침입시키고, 그로 인한 파장을 16mm 카메라로 담아낸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날짜 카운트 자막과 대화 장면, 동시에 로메르나 홍상수의 영화와는 구별되는 클로즈업의 활용이 돋보인다.

 가족이라는 집단은 선택한 사람과 선택하지 않은 사람의 모임으로 구성된다. 결혼을 선택한 부부는 자신의 선택으로 같은 집단에 소속되지만 형제, 자매,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형부, 매형, 처제 같은 용어로 불리는 관계 또한 그렇다. 20여 년 만에 브루클린에서 재회한 나오미와 그렉의 관계 역시 비슷하다. 부모님 친구의 자녀이기에 지인이 되는 관계는 형부-처제 관계의 결속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런 선택/비선택의 경계에 서있는 관계들은 굉장히 유약하면서도 끊어내기 힘들다. 관계가 좋건 나쁘건 간에 어떠한 명칭, 그것이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묶일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길고 가느다란 관계로 이어진다. 가족의 성격과 취향이 나와 맞는지 잠시 체험해보고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알렉스 로스 페리 감독은 이런 유약하고 가느다란 관계에 나오미를 끼워 놓고, 나비효과처럼 관계에 변화가 생기길 기다리며 관찰한다. 계속해서 카운트되는 날짜는 일종의 관찰일지로 그려지고, 인턴 계약이 끝난 나오미가 떠나는 것으로 실험은 마무리된다. 


 자잘한 그레인이 가득한 16mm 필름의 질감은 이런 미세한 관계를 담아내기 최적의 매체이다. 토드 헤인즈의 <캐롤>이 캐롤과 테레즈를 둘러싼 감정과 사회적 시선이 주는 미세하면서 거대한 파장을 16mm로 남아낸 것처럼, 알렉스 로스 페리의 <골든 엑시트>의 16mm도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촬영은 단박에 인물관계도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나오미의 등장만으로도 흔들리는 관계들을 담아내는데, 나오미가 떠남으로써 진정을 찾는 사람들을 담아내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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