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인 비트윈>
2016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무스탕: 랄리의 여름>을 기억한다면 <인 비트윈>은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 속 여성에게 억압적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세 여성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언뜻 <무스탕: 랄리의 여름>의 성인 버전과도 같은 이 영화는 그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시작하여 조금 다르게 흘러가나 싶더니 유사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DJ와 파트타임 일을 번갈아가며 하는 레즈비언 셀마(사나자멜리에), 그의 룸메이트이면서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병원 레지던트 라일라(마우나 하와), 새로운 룸메이트이자 여성에게 억압적인 아랍의 전통을 따라 살고 있는 누(샤덴 칸보우라)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 여성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영화는 익숙한 이야기들을 따라간다. 셀마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선을 보기도 하지만 결국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부모님이 그를 집에서 쫓아낸다. 자유연애를 지향하던 라일라의 남자 친구는 그에게 담배 피우지 말 것을 강요하는 것부터 조금씩 간섭하기 시작한다.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약혼한 누는 자신의 학업을 위해 결혼식을 앞당길 수는 없다고 약혼자에게 말한 뒤 그에게 강간당한다. 그밖에 자잘한 에피소드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메일 게이즈(Male Gaze)를 영화는 담아낸다. 돌려 말하지 않는 영화의 직설적인 화법은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에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도록 만들어준다.
<인 비트윈>은 <무스탕: 랄리의 여름>처럼 간직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직설적이고 단순한 영화의 화법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캐릭터들의 매력이 관객을 휘어잡는 스타일의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셀마와 라일라가 강간당한 누를 씻겨주는 장면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연대의 감정, 파혼을 알리기 위해 찾아온 누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아버지의 모습 등은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다. 팔레스타인의 로컬 일렉트로닉 음악과 네온 형광색의 오프닝/엔딩 크레딧은 셀마와 라일라의 캐릭터를 그대로 설명함과 동시에 <인비트윈> 전체의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도록 잡아준다. 때문에 <인 비트윈>은 익숙하지만 익숙하기에 더욱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