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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06. 2017

비판해야 할 것은 감독의 나이브함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정글의 법칙>

 [까이에 뒤 시네마]의 2016년 연말 리스트에서 가장 튀는 영화를 꼽으라면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의 정글을 배경으로 한 슬랩스틱 코미디 <정글의 법칙>을 기대하게 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관람하게 된 <정글의 법칙>은 그런 기대를 처참하게 무너트린 것도 모자라 [까이에 뒤 시네마] 연말 리스트에 대한 신뢰를 의심케 만든 영화였다. 영화는 프랑스 표준국의 인턴인 마크는 기아나에 실내스키장을 건설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의 유럽 표준 적합성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고, 그곳에서 그가 겪은 사건들을 담아낸다. 앙토냉 페레자코 감독은 카타르에서 월드컵 개최를 위해 축구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해 온도를 유지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미의 지역인 기아나의 건물이 그곳의 기후와 상황에 맞지 않는 유럽 표준식 건물들이라는 점을 떠올려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전달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여성 혐오적 지점, 식민주의적 관점, 인종주의적 관점은 관객의 심기를 건드린다.


 <정글의 법칙>은 백인 남성이 무엇인가를 비판할 때의 나이브함을 의도치 않게 고발하는 영화가 되었다. 그가 영화를 통해 말하는 표준 제도의 문제점은 너무나도 명명백백한 이야기들이고, 그것을 비판하는 <정글의 법칙>의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 영화가 도구로 삼은 슬랩스틱 코미디는 8, 90년대 TV 개그프로에서나 보던 수준이고, 여주인공부터 스튜어디스 등 여러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고 대하는 방식은 성적인 부분에만 머문다. 엉터리 같은 식민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영화는 “우리가 나서서 복구하겠다!” 같은 시혜적인 관점을 벗어나지 못한다. 인종 스테레오 타입에 갇힌묘사들 역시 불쾌하기 그지없다. 감독은 양손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그의 나이브함이야말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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