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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07. 2017

길고 지루한 병폐에 치켜드는 중지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보컬이자 베이시스트 장성건과 드러머 권용만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 밤섬해적단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논픽션 다이어리> 등을 연출한 정윤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펑크 밴드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이동우 감독의 <노후대책 없다>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펑크 씬과 청년세대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은 <노후 대책 없다> 와는 달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밤섬해적단이라는팀 자체에 2시간의 러닝타임을 오롯이 할애한다. 한국의 레드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중지를 날리는 그들의 음악적 세계관은 밴드의 프로듀서 박정근이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리트윗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며 위기를 맞는다. 정윤석 감독은 그 과정을 6년에 가까운 촬영 기간을 걸쳐 담아낸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타이포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영상들은 밤섬해적단의 세계관을 관객의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김구짱 이승만 병신” “김정일 만만세” 같은 가사들이 온갖 푸티지와 함께 뒤섞인 키치하고 유머러스한 영상은 관객의 귀와 눈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시끄럽고 기괴한 세계관이지만 오랜 시간 지루하게도 계속되는 레드 콤플렉스의 정중앙을 찌르는 가사들이다. ‘이름이 김정일인 위인이 있지 않을까?’와 같은 발상에서 시작하는 그들의 가사는 매력적이고, 어느 부분에서는 시적이기까지 하다. 영화 속에서 권용만이 시인 등단 권유를 받는 장면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레드 콤플렉스뿐만 아니라 강정 해군기지, 명동 재개발, 노동, 민영화 등에 목소리를 내는 가사와 발언 역시 등장한다. 자신의 몸을 민영화한다면서 다리는 비정규직으로 굴리고 생식기는 필요 없으니 외주화한다라는 가사를 쓰는 게 밤섬해적단이다. 또한 자신들의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PPT로가사를 공연장 벽에 쏘아 공연하거나, 민영화를 비판하는 곡을 부를 때 자신들의 공연도 외주화 하면 고효율이겠다며 관객에게 연주를 맡기는 모습은 굉장한 퍼포먼스로 다가온다. 


 어쩌면 밤섬해적단이라는 밴드를 소재로 삼은 것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소재 자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존재이고, 그들의 발언과 음악, 퍼포먼스는 레드 콤플렉스를 비롯해 수 년째 반복되고 있는 사회문제의 폐부를 찌른다. 그들 스스로는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영화 속에 담긴 그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병폐를 직시하고 있다. 박정근의 ‘우리민족끼리’ 구속 사건에서도 느껴지듯 한국 사회는 그들을 무엇인가로 규정하려고 한다. 그들은 종북인가 애국인가, 인디인가 상업인가, 어떤 장르인지, 그들의 것이 음악인지. 밤섬해적단의 음악/발언/퍼포먼스와 모든 행적은 그 규정에 대한 저항이며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이를 영화적 장치를 통해 강조한다. <노후 대책 없다>에서‘왜 우리는 대책도 없이 살게 되었나’를 질문했다면, 이 영화는 ‘그 이유가 이 곳에 있다’라고 중지를 치켜들어 지목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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