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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6. 2017

팽창한 액션의 쾌감과 납작해진 캐릭터의 아쉬움

3D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 <간츠: 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연재된 오쿠 히로야의 원작 만화 『간츠』를 영상화한 또 하나의 작품이 개봉했다. 2004년 방영된 26부작 TVA와 2010년, 2011년 개봉한 사토 신스케 연출에 마츠야마 켄이치, 니노미야 카즈나리 주연으로 제작된 두 편의 실사영화가 이번 <간츠: 오> 이전에 제작된 『간츠』 작품이다. 앞선 작품들은 모두 원작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된 작품이었기에,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마무리되거나(TVA) 삼천포로 빠져버려(실사영화 2부작) 아쉬움을 남겼었다. 또한 원작 만화의 선혈 낭자하고 극도로 폭력적이며 화려한 액션을 온전히 표현하지도 못했다. <파이널 판타지>처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간츠: 오>는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원작의 잔혹한 액션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할지 궁금증을 가지게 만들었다. 극장을 찾아 확인한 <간츠:오>는 극상의 비주얼과 액션을 선보이지만, 그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는 납작해져 버린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원작에는 없는, 굳이 따지자면 원작과는 다른 평행우주에 있는 듯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오프닝에서 간츠 팀의 리더 쿠로노(카지 유우키)가 사망하고 레이카(하야미 사오리), 니시(카쿠 토모히로), 스즈키(이케다 슈이치)만이 살아남은 상태로 영화가 시작한다. <간츠: 오>의 주인공인 카토(오토 다이스케)는 지하철역에서 묻지마 살인마의 칼에 찔려 사망하고, 검은 구체가 있는 방으로 옮겨진다. 간츠의 서바이벌 게임에 처음 참가하게 된 카토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공포에 휩싸이지만 성인들에게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도쿄의 간츠 팀이던 그들은 이번엔 무슨 일인지 오사카로 보내지고, 막강한 전력의 오사카 팀과 최악의 적 누라리혼을 잡기 위해 사투를 시작한다.


 95분의 러닝타임인 <간츠: 오>는 2시간의 제한시간이 걸린 오사카 미션을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앞뒤로 등장하는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면 거의 리얼타임에 가깝게 카토를 비롯한 간츠 팀과 성인들의 사투가 펼쳐진다. 박진감 넘치는 화려한 액션은 매우 긴 하나의 액션 시퀀스나 다름없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리얼타임으로 진행되기에 지루할 수도 있었던 영화이지만, 몇몇 장면에서 실사에 버금가는 CG 기술력을 동원해 만들어진 액션은 관객이 숨 돌릴 틈 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누라리혼을 비롯해 텐구, 규키등 계속해서 쏟아지는 일본의 요괴들의 비주얼 역시 뛰어나다. 거대한 괴수와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싸움을 벌이는 거대 로봇의 모습은 <퍼시픽 림> 같은 영화에 버금가는 비주얼을 나름 짧지 않게 선보인다. 『간츠』를 영상화한 작품 중 가장 눈이 즐거운 영화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오사카 미션 하나만을 다루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정 짓고, 그 안에서 도쿄 팀과 오카 하치로(켄도 코바야시) 등의 오사카 팀, 카토의 동생인 아유무 등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캐릭터가 과하게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대부분의 캐릭터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영화가 마무리되기까지 일관된 모습만을 보여주며, 극의 주인공인 카토 마저 평면적인 캐릭터로 기능한다. 때문에 극의 감정선은 굉장히 단순하고, 안즈(이치미치 마오)와 카토의 이야기는 뜬금없게 느껴진다. 비주얼은 잡았지만, 이야기적으로는 이전의 실사영화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다. 다만 액션에 집중하기 위해 원작에서도 가장 거대한 이벤트인 오사카 미션에 집중하는 지점이라던가, 리얼타임에 가깝게 이야기를 묘사하는 부분은 화려한 비주얼과 어느 정도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간츠』라는 매체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불친절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원작의 설정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카토와 같은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설정이기도 하다. 다만 원작의 팬들에게는 꽤나 즐겁고 흥미로운 이벤트로 다가온다. 원작의 이야기를 조금 비튼 쿠로노, 카토, 레이카의 이야기나 오사카 팀의 출연, 영화 마지막에 밝혀지는 카토의 과거 등은 작가가 고민하여 만든 설정임을 알게 해준다. 이러한 지점들이 그저 팬서비스에 머물고, 원작처럼 다양한 층의 텍스트로 읽힐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짧고 굵은 액션만을 즐기고 싶다면 <간츠: 오>는 그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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