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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7. 2017

마블X넷플릭스 <루크 케이지>

 넷플릭스와 마블의 합작 드라마이자 <디펜더스>의 세 번재 히어로 <루크 케이지>가 공개됐다. 이미 <제시카 존스>에서 모습을 드러냈었고, 이번 드라마는 그 이후 할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괴력과 강철같은 피부를 보유한 길거리 히어로, 히어로 포 하이어(Hero for Hire) 루크 케이지(마이클 콜터)의 드라마는 훌륭한 흑인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슈퍼히어로 서사 공식에 갱스터 영화 공식을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어데블>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듯하지만, 드라마 곳곳에 힙합 등의 흑인 문화예술의 디테일이 숨겨져있고 80년대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의 분위기가 등장하며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할렘의 흑인이 주인공인 히어로 영화는 그곳에서 이미 주류가 된 흑인 문화를 적극적으로 가져온다.

 힙합, 재즈, 소울 등에서 가져온 OST와 힙합그룹 'Gangstarr'의 노래 제목들에서 따온 에피소드 제목들, 대사로 여러차례 언급되는 흑인 스포츠스타, 무비스타, 래퍼 들의 이름들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흑인 사교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발소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흔히 '거리의 삶'이라고 칭하는 부분들이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방식에 녹아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악역인 코튼마우스의 사무실에 래퍼 비기가 왕관을 쓰고 있는 유명한 사진이 걸려있다. 할렘의 왕을 꿈꾸는 코튼마우스가 그 사진 앞에 서고, 그의 얼굴 위에 비기의 왕관이 슬쩍 걸쳐지는 구도는 제작진이 흑인들의 문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드라마 후반부에 카메오 출연한 래퍼 매쏘드맨이 극 안에서 활용되는 모습도 재미있다. 그러고보니 제작자부터 출연진까지 거의 다 흑인이다.

 <루크 케이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의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다. 주인공 루크 케이지와 빌런들을 제외하면(빌런 중 가장 비중 높은 인물은 여성이지만) 드라마는 여성 사이드킥, 여성 경찰, 여성 정치인 등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드라마의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 미스티는 경찰 내부에서도 말단이나 무시당하는 역할이 아닌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상사까지 여성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제시카 존스>를 비롯해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여성 중심 서사인 드라마들을 만들어온 넷플릭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까? 긍정적인 방향의 여성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인상적인 여성 빌런이 등장했다는 점이 반갑다. 
 
 액션이 심심하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괴력과 강철피부를 보유한 루크 케이지에 맞는 액션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헐크를 제외한 MCU의 다른 괴력 캐릭터들(예를 들면 드렉스)의 액션이 화려한 적은 없었다. 특히나 루크 케이지는 캐릭터 성격에 맞는 둔탁한 액션이 드라마 전체의 톤과 어울렸다. 자동차 문짝을 뜯어 방패로 쓰며 전진하는 모습이 드라마 전에 상상하던 루크 케이지의 액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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