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투표도 안 하는 개새끼가 되는 세대. (누가 규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결혼, 출산, 연애라는 의무를 포기한 세대. 노오력을 할 생각은 못할 망정 눈만 높아 취직도 못하는 세대. 세상에 불만은 많으면서 바꾸려고 움직이지 않는 세대. 대학은 나왔으면서 생각은 없어 보이는 세대. 승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 고가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세대.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탈조선을 외치는 세대…… 맞는 말과 틀린 말이 뒤섞인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서 청년의 목소리가 담긴 말이 얼마나 있을까? X세대, 삼포세대, N포세대까지 이어지는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말 가운데 청년이 직접 내세운 이름이 있을까? [캠퍼스 씨네21] 기자인 김송희, 비연애인구 잡지 『계간홀로』의 발행인 이진송, 독립잡지 『월간잉여』의 발행인 최서윤 세 사람이 모여 쓴 『미운 청년 새끼』는 현재 청년세대로 불리는 사람의 입과 손으로 써내려 간 진짜 청년의 ‘썰풀이’이다.
먹고사니즘, 정치, 문화, 연애 주거 다섯 가지 챕터로 구성된 『미운 청년 새끼』는 아르바이트부터 인턴과 취직, 고시원, 연애와 비연애, 일베와 메갈 그리고 페미니즘 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청년세대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아니, 토해낸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우리는 떠들어야 했다’라는 제목의 대담으로 시작하는 책은 세 저자가 왜 떠들기라도 해야 했는지, 떠들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한다. 『미운 청년 새끼』는 대담에서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시작한다.
날카롭고 생생하며 익숙하고 필요한 이야기가 ‘갑을병정의 정정정정’, ‘청년 대상화와 여성 대상화’, ‘흙자식이라뇨?’, ‘N포세대라는 말은 불편하다’, ‘연애라는 대국민 팀플’, ‘장거리 통학러의 슬픔’과 같은 제목의 글들로 펼쳐진다. 2016년 하반기에 개봉한 영화 <아수라>와 <나, 다니엘 블레이크>, SNS에서 거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행정부의 “빻음’을 만천하에 알린 가임기 여성지도, 완벽하진 않지만 드디어 청년세대에게 뭔가 승리했다는 느낌을 일깨워준 탄핵정국 등 책이 출간된 현재의 시점과 멀지 않은 이야기가 여러 글에 나누어 담겨있다. 청년세대의 하루하루는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지, 내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기 힘든 시간인지, 과연 청년이 자신의 힘으로 온전한 집과 직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미운 청년 새끼』는 N포세대니 뭐니 하는 청년세대에 대한 네이밍은 청년을 대상화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보다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만 선별해온 기성세대에 대항한다. 내온 최서윤, 이진송, 김송희 세 저자는 기자로, 독립잡지 발행인으로, 트위터와 웹진, 블로그로, 보드게임과 단편영화로 목소리를 내왔다. 투표만큼, 거리의 시위만큼 중요한 것은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공감과 연대를 내포한다. 동시에 책을 읽는 또래 세대에게 목소리를 낼 용기와 필요성을 전해준다. 『미운 청년 새끼』는 여전히 팍팍한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탄핵으로 승리를 맛보았지만 정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는 세대에게 함께 떠들자고 이야기한다. 시대정신이 무슨 거창한 말일까. 지금을 사는 우리의 썰이 시대정신임을 『미운 청년 새끼』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