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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24. 2017

『영화를 만든다는 것』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50여 편의 영화를 남긴 시드니 루멧이 자신의 경험을 투영해 쓴 에세이이다감독이란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시나리오스타일배우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영화가 스튜디오로 넘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그러니까 이 책은 영화 만드는 법에 대한 이론서라던가 조언이 담긴 책이 아니다시드니 루멧이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실행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써내려간 책이다

책의 서문에서 시드니 루멧은 구로사와 아키라와의 일화를 인용하며 글을 시작한다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 <>을 보고 시드니 루멧은 이 장면의 구도를 왜 이렇게 잡았습니까?”하고 물었다관객과 평론가라면 그 장면에 담긴 미쟝센과 미학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그러나 구로사와 감독은 왼쪽으로 1인치만 패닝하면 공장이 프레임에 잡히고오른쪽으로 1인치만 패닝해도 공항이 보였기 때문이다.”이라고 답변했다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시나리오에서부터 편집까지 수많은 선택들로 구성되어 있고그 선택의 이유는 감독을 비롯한 현장에 있던 사람들 밖에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 어떤 영화 전공서적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아니영화 전공서적은 절대 알려줄 수 없는 현장의 치열함을 보여준다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읽으면서 아마 나는 절대 영화를 만들지 못하겠지열심히 보기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사람이 측정할 수 없는 변수들이 가득한 현장을 감당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일까그 선택들이 옳았음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때의 쾌감이란 무엇일까?

책 뒤쪽에 실려 있는 역자의 말에서 언급됐듯이영화를 만든다는 것』 속 영화 제작과정은 지금의 입장에서 꽤나 낡은 이야기들이다크리스토퍼 놀란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필름 너드들의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화들이 디지털로 제작되고 있고시드니 루멧의 이야기는 필름으로 영화를 찍던 시절의 이야기다촬영과 편집 등 많은 부분에서 지금의 현장과의 차이가 느껴진다때문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필름 시대의 중요한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시드니 루멧의 글솜씨가 좋아 더더욱 가치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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