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자. 페미니즘은 여성만의 전유물인가? 남성은, 이성애자는 페미니즘을 논해서는 안 되는 걸까? 답은 당연하게도 ‘아니오’이다. 젠더와 인종,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교육하는 매체는 많지 않았다. 성차별적 사고를 고착시키고, 가부장제를 가르치는 쉽고 대중적인 매체는 많지만, 그러한 페미니즘 매체는 이제서야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페미니즘 이론 서적들은 처음 페미니즘을 접하는 사람에겐 어려운 학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페미니즘적 내용을 담은 주류 대중매체는 수와 다양성이 너무나도 적다. 문화비평가이자 페미니즘 사상가인 벨 훅스의 책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제목처럼 모두에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페미니즘 이론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가정/학교/노동/종교/정치/인종 등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모든 젠더가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어렵지 않은 언어로 이야기를 건넨다.
이 책에서 벨 훅스는 페미니즘 담론의 큰 기둥을 설명하기 보다 페미니즘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페미니스트는 남성혐오자’라던가 ‘페미니스트는 레즈비언’, ‘기혼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와 같은 편견과 오류를 지적한다. 페미니즘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 가졌을 법한 진입장벽을 한 챕터씩 이야기한다. 결혼관계 속에서도, 가부장제적인 종교 속에서도 페미니즘은 실천 가능한 것이며, 결혼과 종교, 남성과의 연애가 페미니즘을 배신하지 않는 것임을 설명한다. 또한 페미니즘 운동 내부의 방향성을 비판하기도 한다. 인종주의, 경제적 계급을 고려하지 못한 운동의 전개나 무조건적으로 남성을 배척하는 태도 등에 대한 이야기도 책의 한 축을 이룬다. 이런 방향은 페미니즘 초기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획득한 백인 여성이 다른 인종과 빈곤층을 고려하지 못 한 것부터, 노동의 자유와 그것을 선택 할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 제국주의/탈식민주의와 결합된 페미니즘의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페미니즘 게급투쟁’, ‘글로벌 페미니즘’ 등의 챕터가 아시아에 사는 사람으로써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책의 마지막, 벨 훅스는 젠더 평등과 인간 해방을 위한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적었다. 페미니즘은 언제나 열려있는 사상이고, 당연히 젠더/인종 등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책의 해제를 쓴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몇몇 오류가 있고(부치-팸의 개념을 사도마조히즘과 비슷하게 이해한 것 등) 한국의 상황과 맞지 않는 서술이 있지만, 벨 훅스가 책에서 주장하는 것, 페미니즘은 남성에 반대하거나 여성우월주의 사상이 아니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자이나 강자인 현실에서, 약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와 폭력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말과 글로써 이야기할 수 있는 예민함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하고, 때문에 페미니즘은 모두의 것이다. 벨 훅스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 내부에서의 비판과 외부의 편견을 지적하는 작업을 한 것은, 페미니즘은 모두의 것이고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서 시작한다. 그렇기에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지향적인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시작을 돕는 좋은 페미니즘 입문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