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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9. 2017

『데드풀 킬즈 더 마블 유니버스』

정말 제목 그대로인 그래픽 노블이다마블 코믹스 역사상 가장 말이 많고 정신이상에 시달리는 히어로굳이 따지자면 엑스맨의 일원이기도 한 데드풀이 마블 유니버스의 모든 캐릭터들을 살해한다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영화로 널리 알려진 어벤져스와 판타스틱4, 데드풀의 동료(?)들인 엑스맨그 외 여러 슈퍼빌런들과 타노스 등 우주적인 존재들까지 모두 죽인다는 충격적인 스토리이다.

그가 마블 유니버스를 죽이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울버린의 힐링팩터로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이 된 데드풀은그의 뇌 역시 죽었다 재생되길 반복하여 여러 자아들이 공존하는 심각한 정신분열 상태이다스스로의 자아들끼리 대화를 할 정도로 정신분열증이 심각해진 데드풀그를 지켜보던 엑스맨의 수장 자비에 교수는 그를 정신병원에서 치료시키기로 결정한다치료 중 그의 새로운 자아가 깨어나고치료를 맡은 싸이코맨을 무참히 죽인 뒤 정신병원을 폭파시키고 탈출한 데드풀은새로운 자아의 말을 따라 슈퍼히어로들과 슈퍼빌런들을 하나씩 무참히 살해하기 시작한다.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200%살린 스토리 덕분에 데드풀 킬즈 더 마블 유니버스는 가볍기 즐기기에도 좋은 작품이다특히 그가 슈퍼히어로들과 빌런들을 살해하는 장면들은 마치 배트맨이 만일을 대비해 슈퍼히어로들을 저지하는 방법을 적어둔 매뉴얼을 직접 실행하는 느낌을 준다하워드 덕을 오리구이 요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핌 입자를 이용해 묠니르를 거대하게 만드러 토르를 죽이고헐크는 그가 브루스 웨인 상태가 되었을 때 찢어 죽인다키티 프라이드는 만화경 미로에 가둬버리고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비롯한 어벤져스들을 핌 입자를 이용한 폭탄으로 한 방에 폭사시켜 버린다심지어 퍼펫 마스터라는 빌런의 힘을 이용해 타노스나 갤럭투스 등의 우주적 존재들까지 가볍게 죽여버린다.

막무가내 수준인 데드풀의 칼끝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바로 데드풀 킬즈 더 마블 유니버스를 만든 작가들이다책의 마지막 데드풀은 포탈을 타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책의 마지막을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이 있는 방으로 칼을 뽑아들고 들어간다그리고 마지막 컷, 4차원의 벽을 넘어 독자들에게 곧 찾아가겠다고 요염하게 말하고는 끝난다결국 데드풀이 마블 유니버스를 죽이게 된 이유는 마블의 모든 캐릭터들의 작가들의 꼭두각시였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울버린에게 네가 죽지 않는 이유는 힐링팩터 때문이 아니라 인기가 많기 때문이야라며 독설(?)을 날리는 데드풀은 캐릭터들을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살해한다결국 데드풀 킬즈 더 마블 유니버스는 작품 속 캐릭터가 자신이 작품 속 캐릭터임을 인지하게 되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라는 물음을 데드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이런 경향은 후속작격인 데드풀 킬러스트레이티드에서 히어로와 빌런 캐릭터들의 원형이 되는 모비딕프랑켄슈타인셜록 홈즈 등 명작 속의 캐릭터들을 죽이러 떠나는 모습과 데드풀 킬즈 데드풀에서 다른 유니버스의 본인을 죽이러 가는 이야기로 확장된다꼭두각시이길 거부하는 일종의 해방운동이라고나 할까생각해보면 이와 비슷한 소설이 하나 생각난다프랑스의 유명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을 보면주인공 일행이 자신들이 책장속의 인물임을 깨달으며 끝난다소설임에도 삽화를 통해 이를 표현하는 포스트 모던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어쩌면 데드풀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슈퍼히어로의 역사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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