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1. <영웅본색> 1986
감독: 오우삼
출연: 주윤발, 적룡, 장국영
오우삼 감독의 마초 누아르 영화 <영웅본색>에서 장국영의 캐스팅은 화룡점정이었다. 적룡, 주윤발 등 선 굵은 외모와 연기 톤의 배우들 사이에서 장국영의 얼굴과 연기는 확연히 대비된다.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경찰인 장국영의 캐릭터와도 꼭 맞아떨어지는 캐스팅이다. 속편에서 아걸이 겪는 비극에 장국영만큼 잘 어울리는 얼굴이 없다.
Choice 2. <아비정전> 1990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아비, 발없는 새의 이야기. 왕가위의 두 번째 연출작이자, 장국영과 왕가위가 만난 첫 번째 영화이다. 이번 영화 이후 <해피 투게더>까지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다. 장국영의 캐릭터들은 어딘가 상처가 남아있는데, 영화 속에서 이를 설명하거나 보여주지 않아도 눈과 표정에서 캐릭터의 상처가 만들어진다.
Choice 3. <해피 투게더> 1997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양조위
장국영의 퀴어영화. 왕가위와 장국영의 조합은 언제나 완벽하다. 아르헨티나라는 타국에서 만난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의 이야기. 춘광사설(春光乍洩, 구름 사이로 보이는 봄햇살)이라는 원제도 좋다.
Choice 4. <패왕별희> 1993
감독: 천카이거
출연: 장국영, 장풍의, 공리
러닝타임 170분에 달하는 영화. 경극학교에서 자란 두지(장국영)과 시투(장풍의)가 '패왕별희'라는 경극을 배우고, 경극을 통해 유명해지는 과정이 1925년부터 1977년까지의 중국역사와 맞물리며 진행된다. 경극과 우정, 역사를 아우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짙은 경극 화장을 했음에도 눈으로 모든 것을 담는 장국영의 연기는 <패왕별희>가 마스터피스가 된 이유이다.
Choice 5. <이도공간> 2002
감독: 나지량
출연: 장국영, 임가흔
장국영의 마지막 영화이자, 내가 극장에서 유일하게 본 장국영의 영화이다.(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했었다) 장국영의 실제 삶이 오버랩되며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 영화이기도 하다. 전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는데, 전반부는 뻔한 호러영화의 공식(일본호러처럼 진행된다)을 따라가다 급격한 감정의 파도가 후반부에서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