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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7. 2017

'유니버스'의 단점을 고스란히

유니버설 다크 유니버스의 시작 <미이라>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다크 유니버스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나 디씨 확장 유니버스의 성공에 힘입어 기획된 것으로, 그의 첫 영화인 <미이라>에서 다크 유니버스의 로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브랜든 프레이저가 주연을 맡았던 1999~2008년의 <미이라> 트릴로지가 어드벤처적인 측면을 강조한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였다면, 리부트 된 <미이라>는 호러적 성격이 가미된 작품에 가깝다. 미이라를 비롯해 드라큘라, 튜명인간, 프랑켄슈타인 등 유니버설 클래식 호러 크리처들을 동원한 유니버스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설정이다. 영화 속에서 각 영화들을 잇는 캐릭터일 것으로 예상되는 지킬 박사(러셀 크로우)의 모습까지 다크 유니버스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미이라>는 유니버스를 표방하는 영화들이 담고 있는 단점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단일 영화로써의 매력도 부족한 작품이다. 새로운 유니버스의 문을 여는 작품으로썬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 닉을 연기하는 톰 크루즈의 액션과 호러적 요소를 부각하려는 영화 전체의 톤이 제대로 섞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 영화 속 톰 크루즈의 액션은 <나잇 앤 데이>처럼 코믹한 요소가 가미된 액션이 주를 이룬다. 조금은 성룡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액션의 합부터, 액션 속에 제니(애나벨 윌리스)와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 등의 인물들이 끼어들게 되는 부분의 편집까지 묘하게 코믹하다. 이런 느낌의 액션이 브랜든 프레이저의 <미이라>였다면 영화의 톤 앤 매너와 어울렸겠지만, 호러적 색채를 내세운 이번 영화에서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아마네트의 모습을 비롯해, 좀비 호러를 연상시키는 살아난 망자들의 모습과 닉이 보는 환상 등 호러 영화적인 연출이 영화 내내 이어지지만, 어드벤처 영화 특유의 코믹함이 등장하면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이는 톰 크루즈의 캐릭터가 그의 전작들만큼 매력적인 역할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군인이자 도굴꾼인 그의 캐릭터는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따라간다. 브랜든 프레이저가 연기했던 역할을 거의 고스란히 톰 크루즈가 재연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심지어 도굴꾼 캐릭터임에도 <인디아나 존스>나 <내셔널 트레져> 같은 부류의 영화에서 등장한 보물을 훔쳐내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고, 그러한 장면의 서스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캐릭터 구축이 되다 만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캐릭터의 성격은 지극히 도굴꾼이라는 인물의 클리셰이지만, 캐릭터의 행동은 또 다른 성격의 인물을 내세운 것처럼 느껴진다. 소피아 부텔라의 아마네트는 매력적인 빌런이지만 동시에 소비적이다. 권력을 위해 죽음의 신 세트와 거래를 하게 된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다크 유니버스를 위한 제물처럼 소비될 뿐이다. 오히려 흥미로운 캐릭터는 지킬 박사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킬 앤 하이드가 바로 그의 캐릭터이다. 이번 <미이라>에서도 짧게 등장하는 하이드의 모습은 다크 유니버스를 그래도 기대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이유가 된다.

 어떤 유니버스를 표방한 작품들은 다음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의 영화에서 다음 영화를 준비한다. 관객은 지금의 영화를 보러 왔지만 다음 영화를 준비하는 영화를 보게 되고, 완결성 없이 다음 영화만을 준비하는 거대한 쿠키영상 같은 영화만을 보게 된다. <미이라>의 첫인상이 딱 그런 수준이었다. <아이언맨 2>라던가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처럼 세계관을 준비하기 위해 영화 한 편으로써의 매력이 사라진 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의 실패 이후 야심 차게 다시 시작한 다크 유니버스의 미래 역시 이런 모습이라면, 더 이상 유니버스를 표방하고 등장하는 영화들을 즐겁게 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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