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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13. 2017

<옥자>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 Choice 5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2017)가 칸 영화제에서의 스크리닝과 국내 언론시사를 거쳐 6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의 발언부터 야유까지 이어진 칸 영화제와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의 개봉 불가 통보가 <옥자>를 둘러싸고 영화 밖의 논쟁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국내외를 통틀어 영화 외적으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반응에 휩쓸려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를 사로잡고, 틸다 스윈튼부터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등의 스타들을 사로잡은 <옥자>의 이야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게다가 <옥자>에는 세계적 명성의 배우들 뿐만 아니라 거장으로 불리는 스태프들 역시 참여한 작품이다. 때문에 <옥자>라는 영화는 영화 외적인 상황을 배제하고 바라보아도 2017년의 가장 거대한 이벤트로써 존재한다. 그러한 <옥자>를 더욱 즐겁게 보기 위해, 혹은 더욱 다양하게 볼 수 있게 <옥자>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골라보았다.

Choice 1. <스미스 씨 워싱턴 가다> (1939)

감독: 프랭크 카프라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진 아서, 클로드 레인스


 봉준호 감독은 지난 4월 씨네21과의 인터뷰(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907)를 통해 <옥자>를 만들며 떠올렸던 영화들을 이야기했다. 프랭크 카프라의 걸작이자 제임스 스튜어트의 출세작인 <스미스 씨 워싱턴 가다>가 해당 인터뷰에서 언급된 작품 중 한 편이다. 잭슨시를 대표하던 상원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상원의원이 된 제퍼슨 스미스(제임스 스튜어트)가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프랭크 카프라의 유려한 편집과 전개가 돋보이는 영화이지만, 영화 전체를 대표하는 장면은 미국적 민주주의 가치의 순수성을 역설하는 24시간의 필리버스터 시퀀스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자(안서현)가 거대기업에 빼앗긴 옥자를 찾기 위해 강원도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여정을 스미스가 잭슨시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정에 비유했다. 본래 의도는 아니었어도 거대 자본 혹은 권력에 맞서는 어떤 개인의 여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옥자>와 <스미스 씨 워싱턴 가다>의 유사성이 엿보인다. 예고편에서 공개된 미자의 거친 액션이 스미스의 필리버스터처럼 강력한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지난 2016년 초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서 국내에 다시 한번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Choice 2.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1995)

감독: 장 피에르 주네

출연: 론 펄먼, 주디스 비테


 <옥자>의 주요 스탭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다리우스 콘지이다. 장 피에르 주네의 <델리카드슨 사람들>(1991)을 통해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에이리언 4>(1997)와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등의 영화에서 주네 특유의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이후 <세븐>(1995), <아무르>(2012),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이민자>(2013) 등의 영화를 촬영한 다리우스 콘지는 장 피에르 주네에 이어 데이비드 핀처, 미카엘 하네케, 왕가위, 대니 보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웨스 앤더슨, 로만 폴란스키, 우디 앨런, 제임스 그레이 등 거장이라고 불릴만한 감독들과 작업을 이어왔다. 여러 감독과 작업을 이어왔지만 콘지의 카메라는 언제나 감독과 장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촬영을 선보였다. 핀처의 <세븐>에서는 흑인과 백인인 두 주연의 피부를 적절한 톤으로 함께 담아냈으며, <미드나잇 인 파리>의 꿈과 같은 영상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꿈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의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감각은 영화 전체의 톤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낸다. 감독의 색에 맞는 영상을 완벽에 가깝게 뽑아내는 그이기에, 스팀펑크와 괴이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뒤섞인 주네의 세계관까지 온전하게 카메라에 담아낸다. 또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가 소녀의 모험담이 담긴 영화이기에, <옥자>의 미자를 담아내는 콘지의 카메라가 더욱 기대된다. 굉장히 리얼한 톤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풀어내면서도 어딘가 기괴한 톤의 영상을 보여주었던 봉준호 감독이기에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의 호흡이 더더욱 기대된다.

Choice 3. <프랭크> (2014)

감독: 래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돔놀 글리슨, 메기 질렌할


 마이클 패스벤더의 괴상한 블랙코미디 음악 영화인 <프랭크>는 언뜻 보기엔 <옥자>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작품의 각본이 모두 존 론슨에게 나온 것임을 알고 나면 두 영화의 연관성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지 클루니와 유안 맥그리거가 출연했던 <초 [민망한]능력자들>로 각본 데뷔한 존 론슨은, 데뷔작과 <프랭크>를 통해 블랙코미디적 유머감각을 선보였다. 존 론슨의 이런 감각은 봉준호 감독이 첫 연출작인 <지리멸렬>부터 <설국열차>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담아온 대사와 유머의 톤과도 맞닿아 있다. 봉준호 역시 <프랭크>를 통해 존 론슨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감각을 알아채고 그를 섭외했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프랭크>를 배꼽 잡고 울면서 봤다는 봉준호 감독은 존 론슨이라면 자신의 대사를 영어권 배우들이 소화해낼 수 있도록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프랭크>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대사를 뱉어내면서도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관객에게 보여주는 솜씨는 <플란다스의 개>나 <괴물> 같은 영화의 이야기를 언뜻 떠올리게 만든다. 존 론슨의 대사들이 봉준호가 기존에 보여준 색채와 얼마나 비슷할지, 얼마나 어울리게 될지 <옥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Choice 4. <판타스틱 Mr. 폭스> (2009)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빌 머레이


 앞서 언급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봉준호는 폴 토마스 엔더슨과 웨스 앤더슨 중 누구를 더 좋아하냐는 질문에 <판타스틱 Mr. 폭스>의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웨스 앤더슨이 현재 제작 중인 개를 찾아 떠난다는 내용의 퍼펫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이 <옥자>와 비슷할 것 같다는 이야기에 이어진 대답이다. 역시나 퍼펫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판타스틱 Mr. 폭스> 역시 <옥자>의 이야기와 묘하게 평행 곡선을 이룬다. 자본과 권력을 쥔 인간이 동물들의 삶의 패턴 사이에 끼어들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우화인 이 영화의 이야기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탄생한 옥자를 자본으로 생각하고 이용하려 한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행위와 유사해 보인다. 자신의 생존권을 위해 농장으로 땅속으로 향하는 미스터 폭스(조지 클루니)의 이야기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뛰어든 미자의 이야기와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봉준호 감독 본인이 <옥자>를 만들며 본 영화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옥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에서 언급된 이 영화는 <옥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기에 적절한 작품으로 느껴진다.

Choice 5. <플란다스의 개> (2000) <괴물> (2006) <설국열차> (2013)

감독: 봉준호

출연: 이성재, 배두나, 변희봉(플란다스의 개)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괴물)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틸다 스윈튼, 고아성, 존 허트(설국열차)


 한 감독의 신작을 논하기 위해서 해당 감독의 전작을 다시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지난 장편영화 5편 중 <플란다스의 개>, <괴물>, <설국열차> 세 작품의 이야기를 해체한 뒤 다시 조합한 이야기가 <옥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사하다. <플란다스의 개>는 현남(배두나)이 자신의 개를 잡아먹으려는 부랑자(김뢰하)를 찾아서는 이야기이고, <괴물>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탄생한 거대 생물체가 강두(송강호)의 가족의 삶에 끼어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설국열차>는 거대 권력과 자본, 계급에 대한 비유이면서 꼬리칸에서 엔진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아낸 영화이다. 동물과 사람의 교감, 거대 괴수, 거대 자본과 권력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는 세 작품을 관통하는 봉준호 감독의 테마이자 <옥자>가 공개된 이후 쏟아진 리뷰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봉준호와 네 편의 영화를 함께한 변희봉을 비롯해, <괴물>과 <마더>(2009)에 출연한 윤제문과 <설국열차>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 역시 <옥자>에 출연하기에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쭉 돌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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