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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20. 2017

개봉을 바라는 국내 인디다큐멘터리 Choice 5

 지금의 국내 독립영화판을 다큐멘터리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흥행한 독립영화들의 대다수가 다큐멘터리였고 2017년 개최된 여러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국내 장편영화 역시 대부분 다큐멘터리였다. 제22회 인디포럼에서 장편 극영화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처럼 장편 극영화가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부진한 이유도 있지만, 급변하는 정치상황에 맞춰 등장한 다큐멘터리들의 흥행(<노무현입니다>(2017),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 <자백>(2016) 등)과 여성 인디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수작들(<야근 대신 뜨개질>(2016), <할머니의 먼 집>(2016) 등)이 여럿 등장해 많은 관객의 흥미를 끈 것도 큰 이유이다. 2016년 서울독립영화제 최고의 문제작인 다큐멘터리 <노후 대책 없다>가 대상을 수상하고 관객과 평단 모두의 고른 호평 속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여러 영화제와 상영회를 통해 소개됐지만 아직 개봉하지 못한 다큐멘터리 5편을 소개한다.

Choice 1. <이태원> (2016)

감독: 강유가람


 이태원 기지촌에서 몇십 년의 세월을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이태원에서 미군 전용 바를 운영하기도 하는 여성, 식당 등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 등이 영화에 등장한다. 안개와도 같은 소독차 연기가 지나간 뒤 영화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고 이태원이라는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하는 오프닝은, 그동안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과는 동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강유가람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겐 그저 힙하고 핫하고 쿨한 동네처럼 여겨지는 이태원에서 몇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강유가람 감독의 카메라는 그것에 집중한다. 미군이 들어오고, 클럽과 술집과 식당들이 들어서고, 외국인들이 들어살게 되고, 그 속에서 하위문화가 발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는 왜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었을까?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이태원>은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제8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2회 인디포럼 등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Choice 2. <가현이들> (2016)

감독: 윤가현


 세 명의 가현이가 알바노조에서 만났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가현이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타파하고자 알바노조에 가입한다. 윤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현이들>은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가현이들의 활동을 기록한 작품이다. 맥도널드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이가현, 액세서리 매장인 레드아이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폭로했던 이가현, 다큐멘터리로 알바노조의 활동을 기록하는 윤가현, 세 가현이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르바이트'생'이라는 단어 대신 아르바이트'노동자'라는 단어를 쓰자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최저시급 1만 원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며(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이를 약속하기도 했다), 부당해고를 비롯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알바 노동자를 돕는 활동을 이어간다. <가현이들>은 그것의 기록이며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한 거의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가질 수밖에 없는 신분이 알바 노동자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또 한 명의 가현이가 알바노조에 참여한다. 모두가 가현이이고, 가현이었고, 가현이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현이들>은 용기의 기록이 되고 용기를 주는 기록이 된다. 제8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를 시작으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7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소개되었고, 공동체 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Choice 3.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2017)

감독: 정윤석


 6월 29일에 개봉할 <노후 대책 없다>와 쌍을 이루는 작품이 아닐까? 실제로 밤섬해적단의 장선건이나 단편선처럼 출연진이 겹치기도 하고,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가 던지는 이야기는 <노후 대책 없다>가 말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 후자가 "왜 청년세대의 노후 대책이 없는 세상일까?"를 질문하며 펑크를 통해 분노를 토해내는 모습을 담아낸다면, 이 영화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만연한 레드 콤플렉스와 그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며 "이런 세상이기에 답이 없다"라고 대답하며 그 근원지에 중지를 치켜드는 영화이다. 여러 차례 비꼬아진 가사들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체제를 조롱하며,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레드 콤플렉스와 그것을 포함한 온갖 사회문제를 건드린다. 가령 하청업체를 대하는 대기업의 행태를 비판하며 "아웃소싱하면 퀄리티가 좋아져요"라는 멘트와 함께 관객에게 기타와 드럼을 넘겨주는 식이다. 밤섬해적단의 유쾌하고도 날 선 비판들은 그들의 프로듀서인 김정근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위기를 겪는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러닝타임을 반으로 갈라 앞에서는 밤섬해적단을 소개하고 후반부에서는 김정근의 국가보안법 기소 사건을 다룬다. 그 사이사이를 매우는 현란하면서도 공격적인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영상들은 밤섬해적단과 정윤석 감독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제46회 로테르담 영화제 밝은 미래 섹션에 초청받아 화제가 되었었고, 국내에는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등을 통해 소개되었다.

Choice 4. <버블 패밀리> (2017)

감독: 마민지


 공개 전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인천다큐포트, CGV 아트하우스, 영화진흥위원회, 미디액트 등 각종 영화제와 단체에서 제작지원을 쓸어 담은 것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잠실에 사는 마민지 감독의 가족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부동산 버블이 한창 올랐을 때 중소규모 건설업체를 차려 집장사를 통해 중산층의 대열에 합류한 가족이 IMF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를 담아낸다. IMF 이후 끊겨버린 어머니의 홈비디오, 여전히 부동산 한 방만을 노리고 고정적인 수익을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의 현재, 그 사이에서 대학을 다니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마민지 감독, 세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의 이야기로 남지 않고 버블경제와 IMF를 통과해 2017년 현재를 살고 있는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뉴스를 비롯해 버블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개사해 공연하는 소방차의 영상 등 다양한 자료영상은 <버블 패밀리>의 이야기가 마민지 감독의 가족의, 영화를 보는 관객 각각의 이야기가 겹쳐 보이도록 유도한다.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 잠실이기에 영화 내내 계속해서 등장하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거대한 모습은 부동산 버블과 IMF라는 거대한 흐름 속의 정해진 승리자인 거대 자본이 세운 트로피처럼 보인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다.

Choice 5. <개의 역사> (2017)

감독: 김보람


 서울 구석의 어느 마을에 백구가 살고 있다. 김보람 감독은 백구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궁금증이 생긴다.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사람들에게 백구의 이야기를 물어본다. 그러던 영화는 김보람 감독의 이사와 함께 백구에서 멀어진다. 감독의 카메라는 백구 대신 김보람 감독의 이웃과 길거리 정자에서 만난 할머니들 등으로 옮겨간다. <개의 역사>는 백구, 이웃, 어르신, 비둘기, 고양이, 동네 구석의 돌담 등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시선을 주고 그것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김보람 감독은 마지막 내레이션으로 백구의 역사를 알아내는데 실패했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백구는 물론, 카메라에 담긴 모든 것들의 역사를 알아내는데 실패한다. 대신 김보람 감독이 지금 알아낼 수 있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엮어 영화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주변에 위치한 것들의 서사가 엮여 동네의 서사로, 여러 동네를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김보람 감독의 서사로 이어진다. 주변의 서사가 영화의 중심 서사가 되는 독특한 방법론의 <개의 역사>는 가장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기록으로 존재하게 된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4회 서울환경영화제, 제22회 인디포럼 등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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