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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19. 2017

다큐멘터리 장르와 VR의 가능성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람한 VR영화 <동두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김진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동두천>은 러닝타임 12분의 VR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VR 체험 섹션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시간을 내어 감상했다. 동두천의 기지촌 여성들을 담은 작품이다. VR기기를 착용하면 동두천 기지촌을 촬영한 작품이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동두천의 어느 편의점 앞, 골목길 사이, 어느 여관방 등의 영상이 이어진다. 카메라는 제자리에 고정된 채 주변의 사람들을 담아낸다. VR기기를 착용한 관객은 계속해서 두리번거리면서 동두천 기지촌 인근 거리와 그곳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부터 이런저런 행인, 바에서 나오는 군복 입은 미군 등 여러 남성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개의 장면이 이어지는데, 장면의 시작점이 편의점 입구의 정면이나 건물의 외벽 등을 향하고 있어 관객은 필연적으로 고개를 돌려 거리를 구석구석 돌아보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공간인 여관방에서 관객의 시야에 처음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려있는 선풍기이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맞이하게 되는 충격적인 장면은 VR이라는 매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극영화에서의 VR 활용에서는 의문점이 많이 남았었다. 게임이나 인터랙티브 시네마가 아닌 일반 극영화에 VR에 영화적 서사를 입힐 수 있을까 하는 것은 VR이 상용화된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로 남아있다. VR영화는 아니었지만 이에 가까운 형식을 가진 액션 영화 <하드코어 헨리>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내며 영화적 쾌감을 반감시켰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VR의 활용은 일반 스크린이나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적극적인 체험과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두천>과 같은 형식의 영화를 한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서사 속에서 편집점을 잡기 어려운 극영화에 비해 공간을 체험하게 하는 VR 다큐멘터리의 경우 장면 편집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동두천>의 이야기는 1992년 미군에 의해 살해된 여성 성노동자를 다룬다. <동두천>이 어떤 이야기를, 서사를 그린다고 말할 때, 그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영화적이라고 불리는 방법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동두천>이 VR을 통해 얻는 영화적 효과는 기존 극장 스크린에서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을 목격하는 효과보단 멀티채널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전시 영화가 주는 효과와 유사하다. 영상 자체에 압도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리번거리기를 통해 장소 자체를 체감하고, 사건 당사자의 행적을 뒤쫓아간다. 다소 선정적일 수도 있는 소재지만 <동두천>은 그러한 함정에 빠지는 작품은 아니다. 차분할 정도로 천천히, 고요하게 사건을 따라가는 영화는 기치촌 거리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사건 당사자의 공포와 긴장감과 같은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 세심하게 만들어진 영상은 VR이라는 매체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다큐멘터리 장르의 VR 활용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동두천>은 독특하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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