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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19. 2017

기준 없이 인간성을 논하는 실책

 대만의 한 고등학교, 주인공은 학급의 왕따이며 학급비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담임과 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를 주도한 일진 패거리를 찾아가 따지지만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조롱일 뿐이다. 이를 몰래 녹음해 담임에게 들려주지만, 담임은 그저 불경을 외우며 진정하라고 한다. 그러던 중 일진 패거리에게 이끌려 어느 낡은 아파트에 있다는 보물을 훔치러 간다. 보물상자로 보이는 상자를 훔쳐 달아나는 순간, 인간처럼 생긴 두 요괴가 그들을 습격한다. 얼떨결에 어린 요괴를 납치하게 된 그들은 아지트에 요괴를 묶어놓는다. 요괴를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 그들은 요괴에 이런저런 실험을 하기도 하고, 요괴를 조롱하고 폭력을 가하며 놀기도 한다. 어린 요괴를 잃어버린 누이 요괴는 그를 찾아다니며 교복 입은 학생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일진 패거리는 누이 요괴를 잡기 위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와 같은 대만의 청춘 드라마를 연출하던 구파도 감독이 이번엔 잔인한 요괴 영화를 연출했다. 두 요괴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은 잔인함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누이 요괴가 제대로 열 받은 이후 학생들을 학살하는 버스 장면이나 학원 장면은 꽤 신선한 촬영과 화면을 보여준다. 특히 버스 속에서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학생들과 수박주스를 만드는 믹서기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저예산 B급 영화에서나 볼법한 악취미이다. 요괴의 모습은 엑소시즘 영화나 좀비 영화 속 괴물들의 비주얼에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굳이 색다른 요괴를 디자인하는 대신 요괴의 액션과 이를 통한 비주얼에 힘을 준 것은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하지만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왕따인 주인공이 어린 요괴를 잡고 그를 괴롭히는데 동참하는 것은 요괴가 아니면 순전히 자신이 괴롭힘 당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을 먹어야 굶어 죽지 않을 요괴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기까지 한다. 문제는 이러한 주제가 영화 속에서 드러났다 사라졌다 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의 행동과 연기를 보면 왕따로써의 자신과 일진 패거리의 일원으로써의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처럼 행동하고 연기한다. 단순히 극에서 필요한 정도의 구분이 아닌,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잊어버린 것처럼 영화가 진행되어 버린다. 이야기 전개에 필요할 때만 등장하는 왕따 이야기는 요괴라는 소재를 통해 따돌림이라는 주제를 풀어가는 신선한 선택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소재 선택은 신선했지만 풀어가는 과정이 미숙하고 헐거워 주제의식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게다가 일진 패거리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의 요지를 과하게 많이 주다 보니 영화의 감정선 자체가 산만해지기도 한다. 그 외 담임선생 캐릭터나 배경으로 등장하는 뉴스 등은 (영화 속 인물들이 비정상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난장판이라 몰입을 자꾸 방해한다.

 거기에 어린 요괴를 납치해 고문하는 것을 유희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몬 몬 몬 몬스터>는 불편하다. 납치한 요괴를 고문하고 조롱하고 가지고 노는 장면들은 그로 인해 어린 요괴가 폭주한다거나, 누이 요괴가 찾아온다는 긴장감과 공포를 유발하는 수단이 아닌, 가해자인 일진 패거리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청춘 코미디에 가까운 톤으로 어린 요괴를 고문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이를 유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장면들은 굳이 여러 번 생각해보지 않아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어린아이의 외형을 하고, 울음소리마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인 요괴를 고문하는 장면을 오로지 유희를 위해 소비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몬 몬 몬 몬스터>는 재미있게 볼 수 없는 영화이다. 동시에 왕따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에, 주인공의 자리를 대신해 피해자가 된 요괴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유희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집단 따돌림의 폭력을 재연하고 있을 뿐이다. ‘요괴보다 인간성 없는 인간들’이란 콘셉트라 변명해도, 인간성의 기준을 세워줄 인간조차 부재하기에 무의미하다.


 결국 <몬 몬 몬 몬스터>는 예산을 적절히 사용해 만들어낸 비주얼과 액션이 빈약하고 무의미한 이야기로 인해 불필요하게 사용된 작품이다. ‘머리 비우고 보기 좋은 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불편함까지 비우려면 모든 생각을 정지시켜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나름 비장하게 힘을 준 에필로그는 주인공과 함께 공허하게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영화 전체의 인상을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요괴가 보여주는 몇몇 장면에 들어간 힘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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