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25. 2017

메이저 톰의 곁으로 날아간
나의 스타

EIDF 상영작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

 2016년 1월 10일 자신의 생일날 마지막 앨범 [Black Star]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데이빗 보위가 사망했다. 아마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의 죽음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준 죽음이 아니었을까? 우주비행사이자 외계인이면서 글램록을 이끈 록스타였고 영화배우였으며 매력적인 오드아이를 가진 양성애자이자 음악/미술/영화/연극/패션 등의 무대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창작자였다. 2017 EIDF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은 BBC에서 보위 사망 1주기를 맞아 제작한 다큐멘터리이다. <Davie Bowie: The Last Five Years>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그의 사망 직전 5년간의 행적을 따라간다. 2004년 그의 커리어 사상 가장 긴 월드투어로 계획된 리얼리티 투어를 진행하던 중 자신의 몸이 병들고 있음을 알게 된 보위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5년의 기록이다. 2013년[The Next Day] 앨범을 발표하고 2015년 뮤지컬 <라자루스>를 공연했으며, 2016년 [Black Star]를 발매하기까지의 시기를 그린다.

 95년생인 나는 당연히 데이빗 보위를 동시대에 접하지 못했다. 물론 1962년부터 2016년 사망하기 전까지 열정적으로 활동한 인물이기에 50여 년의 기간을 모두 동시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Space Oddity”를 비롯한 그의 명곡들과 지기 스타더스트 등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활동하던 모습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보위를 처음 접한 것은 엠마왓슨과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주연의 영화 <월플라워>를 접하면서이다. 70~80년대 팝과 록음악이 쏟아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보위의 “Heroes”이다. 터널을 통과하며 무한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뒤로 보위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영화에 삽입곡이 들어갔을 때 “이 이상의 선곡은 없다”라고 생각한 첫 경험이었다. 고등학교 때 보위를 처음 접했지만 한 동안은 그를 잘 모르고 살았다. 2014년 벤 스틸러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보위의 “Space Oddity”가 흘러나왔고, 2015년 <마션>에서는 “Starman”이 삽입되었다. 영화 속에 들어간 보위의 음악을 하나씩 들으며 보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보위의 디스코그래피를 훑어주는 내용의 팟캐스트 하나를 듣게 되었고, 음원사이트에 등록된 보위의 음악을 디스코그래피 순서대로 처음 듣기 시작했다. “Let’s Dance”나 “Revel Revel”, “Suffragette City” 등의 음악은 여전히 내 아이폰 재생목록에 들어있다.

 때문에 데이빗 보위의 죽음은 그를 2010년대가 되어서야 알게 된 나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이제 막 그에게 빠져들게 되었을 때 보위는 세상을 떠났다. 영화에서는 그의 마지막 앨범 수록곡인 “Black Star”와 “Lazarus”의 보컬 아카펠라를 짧게나마 들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노래 부르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나는 자유로워. 파랑새처럼’이라는 “Lazarus”의 가사처럼 자유로워 보인다. “Black Star”의 뮤직비디오는 우주를 떠돌다 해골이 되어 블랙 스타에 도착한 메이저 톰을 발견한다. 지기 스타더스트는 “Space Oddity”를 비롯해 여러 노래에서 등장하던 메이저 톰의 곁으로, 자유를 찾아 블랙 스타로 날아갔다. <데이빗 보위: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은 우주로 날아간 모두의 스타에게 보내는 헌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엿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