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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25. 2017

자기표현의 수단과 가능성을 주는 예술교육에 대한 믿음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나의 시, 나의 도시>

 영화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을 읽고 [검은 고양이]에 대한 글을 쓰는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프랜신 밸런타인이라는 이름의 소녀는 캐나다 토론토 북동쪽에 위치한 임대주택단지에서 살고 있다. 프랜신과 그의 가족, 이웃들은 재개발로 인해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열두 살인 프랜신은 글을 쓰고,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든다. 포의 소설을 비롯한 책을 읽고, 바스키아의 미술작품을 본다. 지역 문화센터의 선생은 프랜신의 글을 음악으로 만들어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프랜신의 아버지는 차고에서 레게를 연주해주는 등 지역의 어른들은 프랜신을 비롯한 아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은 음악, 시, 미술, 춤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기록한다. 극영화를 연출하던 찰스 오피서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인 <나의 시, 나의 도시>는 프랜신을 따라 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재건축을 앞둔 지역의 초상을 담아낸다.

 <나의 시, 나의 교시>는 개인 개인에게 접근 가능한 보편적인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4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와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프랜신은 결핍과 가난, 재건축이라는 불안정함 사이에 놓여있다. 이러한 처지의 프랜신에게 문화센터와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이 제공하는 예술교육과 체험의 시간들은 프랜신에게 목소리를 주고, 목소리를 낼 수단을 주고, 목소리를 낼 자신감을 준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부터 넬슨 만델라의 글까지 다양한 글을 읽고, 어디에나 그림을 그렸다는 바스키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림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하는 체험들은 프랜신이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준다. 프랜신을 비롯한 지역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시를 비트 위에 실어 포에트리 슬램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문화센터의 도움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게 된 프랜신은 처음엔 작은 소리로 자신의 시를 노래로 옮긴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프랜신은 자신의 시를 이전보다 자신 있게 노래로 옮긴다. 이과정을 극영화의 리듬으로 스크린에 옮기는 찰스 오피서의 연출은 프랜신을 성장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그려낸다.

 영화 사이사이 카메라에 담기는 임대주택단지의 모습은 재건축을 앞둔 마을의 모습이다. 프랜신은 재건축 때문에 이사가야 하는 주민들이 모여 시 당국의 설명을 듣는 자리에도 참석한다. 재건축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든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는 “어딜 어린애가 이런 곳에 와?”라고 할 법한 자리에 프랜신은 참석한다. 프랜신은 “예술은 현실로부터의 도피”라고 말한다. 어느 측면에서 이는 맞는 말이다. 재건축으로 인한 이사와 최소 4년은 다른 지역에 살다 돌아와야 한다는 통보, 현재 거주하는 임대주택에 비해 높아질 새로 지어지는 빌라의 월세는 예술이라는 것으로 회피할 수 없는, 다가오는 현실이다. 그러나 프랜신과 지역 청소년들이 이어가는 예술은 그들이 계속 살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그들의 창작물은 위대하진 않을지라도 소중하다. 보편적 예술교육은 어째서 필요할까에 대한 답이 <나의 시, 나의 도시>에 담겨있다. 프랜신의 소중한 창작물은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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