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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호러의 IT세대적 변용

2016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퍼스널 쇼퍼>

파리에서 셀러브리티의 옷을 대신 쇼핑해주는퍼스널 쇼퍼로 일하면서, 동시에 영매인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는 쌍둥이 형제 루이스가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죽고 난 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그녀에게 ‘Unknown’이란이름으로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영매라는 설정과 심장마비로 죽은 루이스, 고전 하우스호러가 떠오르는 오프닝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15번째장편이 어떤 장르를 바탕으로 만들었는지 확실히 한다. <퍼스널 쇼퍼>는 IT세대의, 온종일핸드폰과 함께하며 빈틈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령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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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개봉한 심령호러들을 보면 과거로 배경을 옮기고 과거의 연출 방식을 따르거나(<인시디어스> 시리즈, <컨저링>,<위자> 등),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스마트폰 등의 현대적 문물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 경향(<팔로우>등)이 있다. <퍼스널 쇼퍼>는 정반대로 아이폰 등의 요소를 영화의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 아이폰비행기모드를 풀자 차례로 날아오는 아이메세지가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면은 굉장히 탁월한 연출력을 자랑한다. 죽은루이스의 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파리에 머무르는 모린의 선택과 익명으로 날아오는 메시지의 결합은 심령호러의 현대적 변용이다. 두어 번 정도 등장하는 고전 호러적 장면들은 아이폰이 동원되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와 일종의 대립을 이루며 긴장감을강화한다. 때문에 영화의 주제는 모호하지만 이야기는 중심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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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심령호러 속 영혼은 대부분 주인공의 외부에서 온다. 마을의 외부에서 주인공 일행을 향해 다가오기도 하고, 새롭게 이사한 집에서 가족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퍼스널 쇼퍼>는 이를 뒤집는다. 영화 내내 루이스의 영혼을 만나길 바라던모린은 파리를 떠나 중동의 어느 시골에 가서야 영화의 마지막 어떤 영혼과 대화하게 된다. 다소 폭력적으로보이기도 하는 영혼과 대화하던 모린은 그 영혼이 루이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린은 영혼에게그 영혼이 자신이냐고 질문한다. 영혼은 ‘Yes’라는 표시로벽을 한 번 두들긴다. <퍼스널 쇼퍼>는 결국세상을 떠난 영혼을 찾고 만나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 없이, 혼없이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의 이야기를 장르를 빌려 철학적으로 말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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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모린에게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모린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이용한다. 타인 대신 옷을쇼핑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고, 애인은 멀리 떨어져 있으며, 루이스의죽음으로 정신적으로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익명의 메시지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 피폐해져 가는 모린을가로막는 것들을 금기라고 칭하며, 그것들을 넘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내가 나이지 못하고 타인의 대리인으로써만 존재하는 현실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모린이 프레임 속에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거의 없다. 집요하게 껍데기는 있지만 영혼이 없는 현대인을포착해낸다. 여기에 현대식 심령호러의 혼령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메세지를 통해 공포감을 조성해낸다.


영화는모린이 관객들을 똑바로 바라보다 화면이 하얗게 변하면서 끝난다. 마치 반전인 것처럼 영혼이 모린 본인이었음을밝히고, 그것과 동시에 관객을 응시하며 영화를 끝내버린다. 올리비에아사야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당신의 것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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