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구를 위한 복지일까?

2016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올해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 영국 좌파영화의 거장 켄 로치의 신작이다. 심장병에 걸려 일을 쉬고 있는 뉴캐슬의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를 통해 영국 복지행정의 문서주의, 탁상행정, 인정없는 원칙주의를 비판한다. 거장의 냉소로 가득한 영화.

다니엘은 질병으로 인해 수입이 사라지자 질병수당을 신청하려 한다. 영화는 신청 상담을 받는 다니엘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절차에 맞게 진행되는 상담이었지만, 심장마비였던 다니엘의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생뚱맞은 질문들이 이어진다. 복지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사정은 수 만 가지이지만, 탁상공론을 통해 실행되은 복지행정은 그들의 사정에 관심이 없다. 다니엘의 주치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 말하지만,심장과 관계없는 질문들로 가득한 질병수당 신청과정은 다니엘의 심장엔 관심이 없다.

201605230517163623_t.jpg

나는 지금 시립노인요양센터에서 사회복무하고 있다. 복지행정의 맨 밑에서 복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다.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요양원 입소상담도 업무 중 하나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서류가 필요한 이유가 뭔지, 같은 내용이 담긴 다른 서류들이 왜 전주 필요한건지 의문이 생기고, 상담을 신청한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청자들의 사정상 준비하기 어려운 서류들까지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행정가들은 그런 사정을 알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눈치이다.

1472453727.jpg

다니엘은 노인이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다뤄본적이 없다. 그 나이대의사람 중 주위의 도움 없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행정가들은 디지털 시대라는 이유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할 것을 요구한다. 질병수당의 대상이 대부분 노인임에도 이런 방침을 고수한다. 다니엘이 연필로 쓴 이력서를 보고 황당해하며 자신울 놀리는 것이냐는듯 그를 쳐다보는 상담원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복지의 과정은 복지의 대상을 배려하지 않았다.

켄 로치 감독은 후반부에 잠시 등장하는 인물의 입을 빌려 '막말'에 가까운 사회비판을 쏟아낸다. 빵터지게 만드는 잠깐의 장면이 인상적이다.

1472453727(0).jpeg

"정부가 그를 일찍 죽음으로 몰아갔다."라는 다니엘의 친구 케이티의 대사로 시작되는 영화의 엔딩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복지가 탁상행정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해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세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깔끔한 엔딩에 박수가 나온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심령호러의 IT세대적 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