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Nov 03. 2017

<기묘한 이야기 2> 넷플릭스

 우리는 80년대를 추억한다. 꼭 80년대에 10대를 보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J.J. 에이브람스의 <슈퍼 에이트>로 시작해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그것>에 이르기까지, 또한 a-ha부터 데이빗 보위까지 다양하게 차용되는 <라라랜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의 영화 속 80년대 팝 음악부터 아케이드 스타일을 차용한 <토르: 라그나로크> 같은 영화까지, 우리는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그 시대를 추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동시에 지금의 세대에게도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와 같은 아이코닉한 영화들은 익숙하게만 다가온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80년대적 요소들은 계속해서 레퍼런스 삼아지고 속편과 리부트로 이어진다. 그중 <E.T>와 <백 투 더 퓨처>, <구니스>를필두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 표 영화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캐리>, <샤이닝>, <스탠드 바이 미> 등의 작품들은 현대에 와서 계속 변용되고 있다. 가령 <슈퍼 에이트>는‘스필버그 키드’였던 J.J. 에이브럼스의 스필버그에 대한 헌정과도 같은 영화였고, 스티븐 킹의 소설은 모든 R등급/호러영화의 흥행 기록을 경신한 <그것>을 통해 그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나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영상화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제랄드의 게임>, <1922>, <미스트> 등의 작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었고 (역시나 J.J. 에이브럼스가 참여한) 드라마 <캐슬 록>에서는 킹의 작품들을 통합한 세계관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80년대 대중문화를 회고하는 분위기를, 그중에서도 특히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다시 하이프를 받는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은 2016년 공개된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였다.

 시즌1은 어린 소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킹의 소설, 가령 <그것>이나 <스탠드바이 미>와 같은 작품을 기반으로 존 카펜터의 <괴물>이나 크로넨버그의 <스캐너스>,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 등을 뒤섞은 작품이었다. <슈퍼 에이트>로 인해 촉발된 흐름이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폭발했다고 해야 할까? 이번 할로윈 시즌에 공개된 (그리고 작중 시간도 할로윈에서 시작하는) 시즌2 또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간다.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에이리언>과 <구니스> 등의 작품에 오마주를 바치면서 <매드 맥스>(심지어 첫 에피소드의 타이틀이 ‘매드 맥스’이다), <미지와의 조우>, <비틀주스>, <고스트 버스터즈>, <엑소시스트>와 같은 영화들을 인용한다. <터미네이터> 같은 경우엔 아예 드라마 속에서 예고편이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일일이 레퍼런스를 찾자면 끝없는 리스트가 나올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2>가 가지는 의미는 이러한 레퍼런스들을 미스터리 호러라는 하나의 장르로 통합시키는 것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전 시즌이 <E.T>와 <구니스>를 베이스로 삼아 미스터리 호러 장르를 펼쳐 나갔다면, 이번 시즌은 아예 <그것>에 베이스를 둔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조금 더 옳은 표현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시즌 초반에 몇몇 캐릭터가 대놓고 페니와이즈를 흉내내기도 한다. 시즌1은 <구니스>의 아이들이 E.T와 같은 존재를 만나고, 그의 초능력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공통의 적을 아이들 모두가 협력하여 물리치는 클라이맥스와 함께 마무리된다. 

 <기묘한 이야기>와 <그것>을 거쳐 <기묘한 이야기 2>에 다다르니 이러한 작품들이 단지 80년대를 추억하고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8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세대와 그 당시에 태어나지 않은 세대가 이러한 작품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오는 차이점이 작품들을 단순한 추억으로 받아들이게만 할 수 없도록 만든다. <기묘한 이야기 2>가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작품들을 동시대에 받아들이며 살아온 세대에게는 당연히 80년대가 추억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작품이 레퍼런스 하고 있는 작품들을 줄줄이 읊으며 관련된 추억들을 늘어놓는다. 당시를 추억할 수 없는 세대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80년대를 익힌다. 앞선 세대가 <기묘한 이야기 2>를 보고 풀어놓은 레퍼런스들을 주워 담으며 넷플릭스 등에 올라온 당시의 작품들을 감상한다. 우리에게 80년대는 추억이 아닌 탐구의 대상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고 70~80년대 올드팝으로 멜론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우는 것처럼, <기묘한 이야기 2>를 보고 80년대 영화들로 왓챠의 보고싶어요 목록을 채우는 것이 지금의 세대이다. 이러한 탐구는 탐구와 동시에 그 시대를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마저 80년대를 추억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추억들은 인종적, 젠더적 PC함을 (약간) 가미하여 현재 시점의 80년대를 모니터와 스크린에서 재현한다. <기묘한 이야기 2>와 같이 유려하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각 작품의 크리에이터가 추억하는 시대와 요소들을 재생산하고 확산시킨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자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해야 할까? 누가 더 마이너한 마니아인지를 겨루는 쓸데없는 과잉으로 넘어간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와 같은 흉물이 나오지만, 그 사이의 밸런스를 맞춘다면 <기묘한 이야기 2>와 같은 수작이 완성된다. <기묘한 이야기 2>는 이러한 부분에서, 뒤집힌 세계처럼 맞물려 있는 과거와 지금의 공존을 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극장 의자에 몸을 묶고 싶은 어느 관객의 넋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