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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29. 2018

아쉬운 만큼 지지하고 싶은 영화

<1급기밀> 홍기선 2016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1급기밀>은 2016년 유명을 달리한 홍기선 감독이 남긴 유작으로, 그의 사후 편집과 후반 작업을 마치고 개봉했다. 국내 상업영화로서는 최초로 방산비리를 다루는 작품으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와 2009년 방산비리를 폭로 등 여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영화는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이 방송국 기자 김정숙(김옥빈)을찾아와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정일우)의 사고를 조사하며 알아낸 비리를 폭로하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야전부대에서 근무하던 박대익은 학교 동기인 남선호 대령(최귀화)이 소속된 항공부품구매과로 전출 오게 되고, 부서의 동료와 부장인 천장군(최무성)은 그를 식구처럼 대해준다. 그러나 전투기 부품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강영우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박대익은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1급기밀>은 상당히 투박한 영화다. 어쩌면 촌스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듦새 자체에 있어서는 좋은 평을 하기 어렵다. 김정숙이 박대익과 접선하기 위해 놀이공원을 찾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아, <1급기밀>은 역시 옛날 사람이 만든 작품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 밖에도 반복해서 등장하는 룸살롱 장면이라던가, 복무신조를 읊는 박대익의 딸 등 남성 위주의 범죄/정치 스릴러와 군인들이 주인공을 등장하는 작품들의 클리셰와도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흩어진 박대익의 가족이 손쉽게 다시 봉합되는 후반부나, 여러모로 대상화된 이미지로만 등장하는 미국 군수업체 측의 캐서린 킴(유선) 등은 아쉽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1급기밀>은 의미 있고, 여러모로 지지하고 싶은 작품이다. 홍기선 감독을 처음 접하는 관객은 단편 다큐멘터리였던 <파랑새>와 <수리세>, 장편극영화 데뷔작이었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부터 이어지는 사회파 스타일의 드라마들까지 일관되게 비판의 날을 세워왔던 홍기선 감독의 색을 이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방산비리를 소재로 삼은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를 지지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복무기간 단축이나 급여 인상 등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방산비리 척결 등의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전투기와 관련한 문제 이외에도 당장 야전부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고들, 세월호 참사 당시 부품 불량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통영함 등 많은 사건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홍기선의 카메라는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의무를 짊어지게 해놓고 정작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책임지지 않는 국방부의 현재를 비춘다. 만듦새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그만큼의 이유로 지지하고 싶어지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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