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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3. 2018

신박한 설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뒷심

<월요일이 사라졌다> 토미 위르콜라 2017

*스포일러 포함 


 가까운 미래, 인구과밀로 인해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이 실행된다. 한 가정 당 한 아이만을 양육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의 아이를 낳을 시 아동제한국에서 인구가 어느 정도 감소할 때까지 아이를 냉동수면상태로 보호한다는 내용의 법률이다. 이러한 법률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곱 쌍둥이가 태어난다. 아이들의 아빠는 누군지 알 수 없고, 엄마는 출산 중 사망했다. 아이들의 할아버지인 테렌스 셋맨(윌렘 데포)은 일곱 쌍둥이를 몰래 키우기로 결심한다. 테렌스는 아이들에게 몇 가지 룰을 정해준다. 그들의 이름은 먼데이부터 선데이까지 각 요일의 이름이며, 자신의 이름에 해당하는 날에만 외출이 가능하다. 밖에 나가면 그들 모두는 카렌 셋맨(누미 라파스)라는 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 밤에는 자신이 밖에서 겪었던 일을 자매들에게 공유해야 한다. 그렇게 30년이 흐르고 카렌 셋맨은 은행가로 성장한다. 그러나 승진을 앞둔 날, 먼데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를 제외한 자매들은 먼데이를 찾기 위해 아동제한국의 수장이자 산아제한정책을 만들어낸 케이맨(글렌 클로즈)의 비밀을 파헤친다. 

 인구과밀을 테마로 한 디스토피아 SF영화는 여럿 있었다. 가장 유명한 예시로 리처드 플레이셔의 <소일렌트 그린>을 들 수 있으며, 가깝게는 봉준호의 <설국열차>나 알렉산더 페인의 <다운사이징>이 이러한 테마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테마의 수많은 영화 중 <월요일이 사라졌다>가 돋보이는 지점은 실제로 존재한 적 있는, 혹은 여전히 실존하는 산아제한정책을 영화의 베이스로 삼았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폭압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산아제한 캠페인이 벌어진 바 있고, 중국에서는 직접적인 산아제한정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영화가 묘사하는 정책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산아제한정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 정책의 묘사가 여러모로 실제 산아제한정책/캠페인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여러 디테일들이 있다. 그중 영화 속에서 아동제한국의 끌려가거나, 냉동 수면을 홍보하는 광고에 등장하거나, (어떤 비밀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냉동 수면이 되는 아이는 모두 여아이다. 남아는 스쳐 지나가는 단역이거나 끌려가는 자매를 바라보는 역할 정도로만 등장한다. 연출자의 의도이든 아니든, 실제로 산아제한정책이 실행된 국가들의 남아선호사상 및 여아살해를 담아낸 디테일이라 생각된다. 결국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국가단위의 폭압과 빈민계층에서 자행되는 여아살해 속에서 살아남은 자매들이 이에 대항하고 결국엔 전복시킨다는 서사를 담고 있다. 

 영화는 이를 위해 범죄/강탈 영화나 스파이 영화의 틀을 빌려온다. 일곱 명의 자매는 각각 너드, 블론디, 파이터, 리더 등 장르영화 속에서 익히 보아오던 역할을 수행하며 팀을 이룬다. 자매가 아이였을 시절부터 할아버지인 테렌스는 모두가 한 팀이 되어 할 수 있는 직업을 얻기 위해 아이들을 훈련시켰다. 일곱 쌍둥이임이 탄로 나고, 아동제한국의 요원들을 상대하는 자매들의 모습은 이러한 훈련의 결과이다. 다른 영화 속 팀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협동하듯,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자매들 역시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협동한다. 여기서 먼데이가 사라진다는 상황이 균열을 내고, 그들의 팀 플레이가 더욱 중요해진다. 다만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데, 일곱 자매들이 한 명씩 자신들이 지닌 능력을 발휘하고 나면 소비되듯이 영화에서 사망한다는 점이 그렇다. 어쩌면 이러한 팀-업 설정의 스릴러가 지닌 장르적 한계처럼 느껴진다. <킬 벌조 더 무비>, <데드 스노우> 등 장르를 뒤틀며 장르영화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었던 토미 위르콜라 감독이기에 조금 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결말부이다. 먼데이가 실종된 이유와 케이맨과 아동제한국의 비밀이 폭로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영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욱여넣은 상황과 대사처럼 느껴진다. 특히 먼데이가 실종된 이유에 관련해서는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만이 등장한다. 먼데이가 자매들을 배신하고 케이맨과 손 잡은 표면적인 이유는 아동보호국 요원인 에드리안(마르완 켄자리)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유일한 카렌 셋맨이 되기 위함이다. 케이맨과 아동제한국은 자매들을 조용히 처리해 줄 것이고, 자신은 유일한 카렌 셋맨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자매들의 리더 격인 인물이자 아동제한국 요원들과의 싸움에서 생존한 써스데이는 먼데이가 산아제한정책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122분 동안 영화를 관람했지만 먼데이의 행동이 어떤 방면에서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을 지어 놓고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마치 희망의 소리인 것처럼 묘사한 엔딩은 나름대로 신선한 설정과 누미 라파스의 놀라운 1인 7역이 이끌어간 영화의 감흥을 망쳐버린다.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누미 라파스(와 아역을 맡은 클라라 리드)의 1인 7역과 영화 속 일곱 자매들은 카렌 셋맨이라는 7인 1역을 연기한다는 설정에서 오는 독특한 아이러니, 각 자매들이 지닌 능력을 발휘하는 다양한 시퀀스, 시각적으로 기본적인 만족은 시켜주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비주얼 등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써 122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주인공부터 악역까지 모두 여성에게 역할이 돌아간다는 점과 (의도이든 아니든) 산아제한정책의 여아살해를 드러내는 듯한 디테일 등은 관객들에게 조금 더 생각해볼 지점을 남긴다. 그러나 각본 자체가 지닌 문제점, 특히 영화 내내 쌓아 올려진 것들이 모조리 무너지고 마는 엔딩에 도달해서는 아쉬움 밖에 남지 않는다. 먼데이는 왜 자신의 이름으로 카렌 셋맨을 선택했을까?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기들의 울음소리는 그 광경을 담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에 비해 과연 희망적인가?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이 주는 놀라움과 재미는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관객을 만족시키기엔 뒷심이 부족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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