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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08. 2018

불쾌하기 짝이없는 올해의 함정

<치즈인더트랩> 김제영 2017

 “씨발” 영화를 보는 내내 욕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건 <리얼> 같은 괴작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욕지거리다. “이걸 화이트데이를 노린 데이트 영화로 기획했다고?”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 웹툰을 러닝타임 117분에 제대로 담아내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16부작 드라마로도 실패했던 일이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 제대로 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영화판 <치즈인더트랩>은 원작의 몇몇 사건들을 과장하고 극대화하여 홍설(오연서)과 유정(박해진)의 로맨스릴러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과장된 부분들이 끔찍하기 짝이 없고, 불쾌하며, 누군가에겐 트리거로 작용할 수도 있는 소재들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홍설과 유정의 연애가 어느 정도 진전된 후반부에도 “감사합니다” 같은 극존칭을 사용하는 이상한 대사들과 무너져버린 백인호(박기웅), 백인하(유인영)의 캐릭터,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변모해버린 스토리라인은 원작과 (적어도 중반부까지의) 드라마에 열광했던 팬들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다. 

 영화의 제작진들은 ‘로맨스릴러’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받아들인 것일까? 원작의 팬들이 [치즈인더트랩]에 저런 수식어를 붙여준 이유는 홍설과 유정의 연애관계, 더 나아가 홍설-유정-백인호-백인하의 사각관계가 어느 정도 심리 스릴러적 관점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많은 20대가 겪은 대학생활과 약간은 막장 드라마 같은 재벌 2세 유정과 백인호-백인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원작의 방식은 탁월한 심리묘사에 기반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로맨스와 스릴러가 완벽하게 따로 논다. 홍설이 유정이 지닌 냉혹한 면을 발견하게 되는 빨간 벽돌 사건이나, 홍설과 유정의 관계가 더욱 복잡다단해지는 오영곤(오종혁) 사건 등은 그저 불쾌하게만 그려진다. 과도하게 적나라한 폭력들을 보고 있자면 <토일렛> 같은 영화를 보는 것 마냥 불쾌하기 짝이 없다. 특히나 스토킹, 몰래카메라, 무단 신상유포, 묻지마 폭행 등은 그저 관객을 자극하기 위해 존재하며 무분별하게 적나라하고, 그 수법이 자세하게 등장한다. 이렇다 할 윤리적 관점 없이 여성혐오적 범죄를 적나라하게 전시하고, 원작의 미덕마저 뒤엎어 버리는 신데렐라, 백마 탄 왕자님 서사로 나아가는 것은 <치즈인더트랩>이 불쾌한 가장 큰 이유이다. 

 때문에 홍설-유정의 연애는 지루한 아침드라마와도 같은 톤으로 그려지고, 짧은 분량 탓에 제대로 된 캐릭터 설정도 되지 못한 백인호-백인하 캐릭터는 그저 양아치처럼만 그려진다. 특이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과거를 (당연하게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영화는 백인호를 그저 마초적인 양아치 캐릭터로, 백인하를 단순한 ‘bitch’ 캐릭터로 밖에 그려내지 못한다. 상철 선배(문지윤)는 단순한 코믹 감초 캐릭터로 전락해버렸으며, 보라(산다라 박)와 은택(김현진)의 존재감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심지어 보라는 범죄 피해자로서의 모습만이 더욱 강조되어버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다. 그 밖에 맥락 없이 자주 등장하는 바디프렌드 안마의자 PPL,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카메라 무빙이 등장하는 유정의 액션, 아침드라마 같은 오프닝 크레딧, 연기/촬영/조명 등 모든 면에서 조악하지 짝이 없는 기술적인 문제까지 이 영화에서 제대로 된 부분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결국 <치즈인더트랩>은 재능 없는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기획으로 만들어낸 불쾌한 졸작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불쾌한 함정에 걸려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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