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레이더> 로아 우다우그 2018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 이후 15년 만에 <툼레이더>가 다시 리부트 되었다. 과거에 제작된 두 편의 <툼레이더>가 1996년부터 이어진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삼았다면, 2018년이 되어 개봉한 <툼레이더>는 2013년 리부트 된 게임에 기반을 한다. 큰 틀에서 많은 이야기가 변경되지는 않았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가 성공한 이후 그의 외관을 따라가던 캐릭터의 외향과 조금 더 익스트림해진, 가령 [언차티트] 등을 연상시키는 게임으로 변모했다. 15년 만에 리부트 된 <툼레이더>는 이를 따라간다. 알리시아 비칸더가 연기한 라라 크로프트는 <인디아나 존스> 풍의 어드벤처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추락한 비행기에 매달리고 암벽을 타는 등 더욱 다양하고 익스트림해진 액션을 선보인다. 동시에 리부트 된 원작 게임과는 다른 결말을 택함으로써 영화만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려 한다.
아쉽게도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라라의 아버지인 리처드 크로프트(도미닉 웨스트)에 대한 언급이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것이 이번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다. 단순히 아버지의 사명을 이어받는 수준을 넘어, 아버지의 영이 라라를 따라다니는 것 마냥 캐릭터에 접착되어 있다. 이것은 지겹도록 반복되어온 파더 콤플렉스의 연장선상이자, 최근 할리우드 상업영화가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내놓을 때 아버지 혹은 아들이라는 남성 존재에서 벗어난 서사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이번 영화에서 리처드와의 이야기가 일단락되기는 하지만, 과연 속편(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에서 이를 끊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지향점인 팝콘무비로서는 크게 결격사유가 없는 작품이다. 격투기 스파링을 하며 등장한 라라는 영화 내내 자전거를 타고,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고, 낙하산을 타고 숲 속으로 추락하고, 근육질의 남성들과 맨손 격투를 벌이고, 히미코의 무덤 속 수많은 함정들을 빠져나온다. 영화 내내 달리고 또 달리고, 킥복싱과 주짓수 위주의 격투기를 선보이며, 라이플을 든 사내들을 활로 제압하는 알리시아 비칸더의 라라 크로프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118분의 러닝타임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육감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와는 다른, 액션을 수행하고 모험을 떠나는 데 최적화된 육체의 라라 크로프트는 이번 <툼레이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의 엔딩은 극 중에서 줄기차게 제시되던 음모론의 배후가 등장하며 속편을 예고한다. 영화가 큰 호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의 흥행을 거둘지는 알 수 없으나, <툼레이더>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쌍권총을 든 알리시아 비칸더의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물론 지금의 이야기 방식을 따라간다면 시리즈가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속편에서는 이를 탈피한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알리시아 비칸더의 다채로운 액션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