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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03. 2018

남는 건 배우뿐

<라이크 크레이지> 드레이크 도리머스 2011

 런던에서 LA로 유학 온 애나(펠리시티 존스)는 수업 중 눈에 든 제이콥(안톤 옐친)에게 쪽지를 담긴다. 제이콥이 응답하자 둘은 데이트를 즐기고 날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을 쌓아간다. 그러던 중 졸업이 다가오고, 애나의 학생 비자 만료가 다가온다. 의도치 않게 만기를 넘겨버린 애나는 LA로 돌아오지 못하고, 둘은 얼떨결에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드디어 국내 관객을 찾는 2011년 제작된 <라이크 크레이지>는 안톤 옐친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이제는 대단한 스타가 되어버린 펠리시티 존스, 제니퍼 로렌스의 예전 모습 또한 만나 볼 수 있다. 

 <라이크 크레이지>는 무덤덤하게 애나와 제이콥의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어찌 보면 둘의 이야기는 대단하게 큰 사건 없이 흘러간다. 영화는 그들의 모습을 굉장히 정직하게 담아낸다. 감성적인 음악, 아름다운 사람들이 담긴 아름다운 몽타주, 멀리 떨어진 둘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차편집, 떠나보낸 애인을 그리워하는 인물을 담은 타임랩스 등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장치들이 이어진다. 때문에 90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지닌 작품이지만, 너무나도 정직하게 연출된 장면들 덕분에 쉽게 지루해진다. 이야기 자체도 크게 흥미롭지 못하다. 익숙하게 보고 들은 장거리 연애의 패턴이 반복되는 기분이랄까? 남의 연애를 지켜볼 때의 짜증이 고스란히 느껴질 뿐이다. 

 결국 <라이크 크레이지>는 익숙한 배우들의 과거를 만나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큰 감흥이 없는 작품이다. 핸드헬드로 촬영된 장면들은 괜히 어지럽기만 하고, 반복되는 감성적인 음악은 지겹기만 하다. 뻔하지 않은 듯 뻔한 결말로 향하는 영화의 줄거리는 새로울 것도, 내세울 것도 없다. 그저 세상을 떠난 안톤 옐친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스타워즈>와 <엑스맨> 등을 이끄는 스타가 된 펠리시티 존스와 제니퍼 로렌스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들의 팬이라면 한 번쯤 관람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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