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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5. 2018

웃기긴 더럽게 웃김

<데드풀2> 데이빗 레이치 2018

*스포일러 포함 


 제목에서 쓴 것처럼 웃기긴 더럽게 웃기다. 이미 전작에서 경험했듯이, 다양한 레퍼런스를 동원한 농담, R등급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욕설과 고어를 사용한 유머 등이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영화의 시작부터 “<데드풀>의 성공 덕에 R등급의 <로건>이 나올 수 있었다”면서, 로건이 사망하는 장면의 모습을 담은 오르골 피규어를 만지며 “<로건>의 성공이 <데드풀>을 가렸다”라고 말한다. 시작부터 <로건>, 혹은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팬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데드풀2>는 영화 내내 자신이 엑스맨 유니버스 안에 속한 영화임을 증명하듯 다양한 장치들을 동원한다. “이번 영화는 R등급 코미디와 액션영화의 껍데기를 한 가족영화”라는 데드풀의 친절한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데드풀2>가 데드풀이 엑스포스라는 팀을 구성하여 엑스맨 유니버스 속으로 더욱 깊게 들어가는 관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데드풀의 (그토록 코믹스 팬들이 염원하던) 자살과 함께 시작된다. 당연히 죽지 않는 데드풀은 되살아나 자신이 왜 자살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그가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적들이 쳐들어와 바네사를 살해했고, 그것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그는 자살을 시도한다. 되살아난 그는 환영 속에서 죽기 전에 아이를 가지고 가족을 꾸리고 싶어 했던 바네사의 말을 듣고, 콜로서스(스테판 카피식),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브리아나 힐데브란드) 등이 있는 엑스맨에 합류하여 그들이 구하려다 실패한 아이 러셀(줄리안 데니슨)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한편, 케이블(조쉬 브롤린)은 미래에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러셀을 미리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날아온다. 데드풀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케이블을 저지하려 하고, 이를 위해 도미노(재지 비츠) 등과 함께 엑스포스라는 팀을 구성한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대부분 다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케이블과 도미노를 비롯해 새롭게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영화의 규모를 넓혀줌과 함께 엑스맨 유니버스로 데드풀이 진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데드풀2>는 이를 가족이라는 테마로 묶으며 그것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포함시키려 한다. 다만 이것이 자연스러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웨이드와 아이를 갖고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바네사의 바람은 전작의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것이 렌스라는 아이를 구하기 위한 데드풀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설명이 부족하다. 콜로서스와 도핀더(카란 소니)를 비롯한 기존 캐릭터에 케이블과 도미노 등 새로운 캐릭터가 엑스포스라는 이름의 가족으로 묶이는 부분도 다소 설명을 건너뛴다. 특히 데드풀의 팀원 모집 공고를 보고 합류하게 된 도미노가 데드풀과 가족이라는 범주로 설명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 데드풀이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집착하게 된 계기는 주어지지만, 각 캐릭터들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 함께하게 되는 과정은 설기게 묘사된 모양새랄까?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플래시백으로 적절히 꼬아 지루하지 않게 쓰인 전편의 각본에 비해, 직선적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여러 인물들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한 이번 영화의 각본은 조금 산만하게 느껴진다. 

 이번 영화 역시 이야기를 다양한 농담과 액션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채운다는 점은 동일하다. 오프닝부터 충격적으로 웃긴 쿠키영상까지 끝없이 쏟아지는 농담들은 할리우드 (특히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코믹스 등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영화 내내 웃음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유머가 캐릭터의 충돌이나 서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단발성의 농담에 의지하는 경향이 전작보다 강해진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물론 그것이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행동하는 방식이지만, 이번 영화는 지나치게 의존적이며 몇몇 농담은 영화 속 상황과 어긋나 튀기도 한다. 액션은 그 양이 확실히 높아졌다. <존 윅>과 <아토믹 블론드>를 연출했던 데이빗 레이치답게 총과 검 등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들이 펼쳐진다. 다만 늘어난 양에 비해 질적으로 향상된 액션을 보여주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레이드2>를 연상시키는 초반의 액션은 다소 산만하고, 콜로서스와 저거너트의 격투는 어지럽기만 하며, 도미노의 ‘운’이 펼쳐지는 장면은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에서 죽음을 뺀 모습 정도로만 느껴진다. 다만 힐링팩터라는 데드풀의 능력을 활용해 기존의 근접격투에서 볼 수 없는 합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확실한 재미를 준다. 

 이제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여러 망작들을 언급하는 쿠키영상은 충격적이다. “진짜 이걸 한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데드풀의 마블 유니버스 죽이기』 코믹스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시에 이러한 마무리는 극 중 데드풀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각본가 너네 이렇게 쉽게 넘어가려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 내내 언급된 가족이라는 테마와 맞물려, 영화 초반에 제시된 이슈를 너무나도 손쉽게 봉합해버리는 방식은 다음 영화를 위한 초석일 뿐으로 느껴지며, 바네사라는 캐릭터에 대한 태도 또한 의심스러워진다. 당장 쿠키영상을 보고 있자면 박수가 나올 정도로 (실제로 시사회에서 쿠키영상이 나올 때 박수가 터져 나왔다) 더럽게 웃기지만, 영화가 끝나고 그 흥분이 잠시 가라앉으면 아쉬움이 먼저 떠오른다. 앞으로 단독영화가 아닌 엑스포스라는 이름으로 엑스맨 유니버스 안에 편입될 것을 예고하고 있는 데드풀의 다음 작품은 이러한 단점들이 보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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