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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6. 2018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기까지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하이파 알 만수르 2017 

 최근 몇 년 간 가장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지닌 배우를 꼽으라면 엘르 패닝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슈퍼 에이트> 같은 블록버스터부터 <매혹당한 사람들> 같은 여성 감독의 영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에 출연하고, <네온 데몬>을 통해 칸 경쟁부문 상영작에서 당당히 주연 자리를 맡기도 했다. 거장부터 신예까지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에서 활약해온 엘르 패닝이 이번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인 <와즈다>를 연출한 하이파 알 만수르의 신작에 출연했다. 엘르 패닝은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에서 제목 그대로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를 연기했다. <매리 셸리>는 엘르 패닝에 필모 그래피에서 ‘그래, 이런 작품 하나 없으면 섭섭하지’를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19세기 영국의 여성 작가라는, 시대적으로 척박한 상황에 놓인 인물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이번 영화는 익숙한 전기영화의 서사를 따르며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가 다루는 것은 메리가 집을 떠났을 때부터 [프랑켄슈타인]을 내기까지의 2년이다. 시인 퍼시(더글라스 부스)와 사랑에 빠져 집을 떠난 메리는 2년 동안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며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버려진 개인으로서 보낸 시간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 냈으며, 메리는 이것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후회는 없으며 자신의 재능의 결과물이 타인의 이익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후반부는 점점 성장하는 엘르 패닝의 연기와 서사가 주는 메시지가 맞물려 꽤나 폭발적인 감정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러닝타임에 비해 조금은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기영화의 전형성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 퍼시, 그리고 이복동생인 이자벨(메이지 윌리암스)과 함께 집을 떠난 메리는 다양한 고난을 겪는다. 부모가 모두 유명 작가인 메리와 당대 가장 촉망받는 신인 시인인 퍼시의 도주는 영국 문학계의 큰 스캔들이었고, 당연히 그들에 대한 부모세대의 지원은 끊긴다. 금전적인 문제와 함께 메리의 임신이나 빚쟁이에 쫓기는 퍼시, 이자벨과 시인 바이론(톰 스터리지)과의 관계 등 갖가지 어려움이 메리의 앞에 놓여있다. 영화는 이를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프랑켄슈타인]이 쓰일 수 있었음을 강조한다. 허나 종종 등장하는 밤하늘의 이미지, 끝없이 줄 서있는 고난의 전시 등은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깔끔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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