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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5. 2018

재연을 통해 공유되는 역사

<비스비 1917> 로버트 그린 2017

1917년 7월 12일, 멕시코 국경에서 고작 11km 남짓 떨어진 마을 비스비에서 대규모 추방이 일어난다. 비스비 추방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1차 세계대전 당시 구리를 텅해 큰 수익을 올리던 광산회사가 인금인상, 안전 노동 등을 주장하며 파업한 노동자들을 국경지대의 사막으로 추방시켜 버린 사건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파업 지지자 등 2천여 명의 남성이 추방되었고, 지방정부가 관여하고 보안관 대행이 주도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이민자였기에 비스비 추방은 일종의 인종청소이기도 했다. 로버트 그린은 비스비 추방 100년을 맞아 이를 기억하고자 하는 비스비 마을 주민들의 활동을 따라간다. 주민들은 사건을 2017년의 비스비에서 재연함으로써 사건을 기억하고, 연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다. 

 사건 당시 마을에 남았던 이민자의 후손과 사건 이후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재연에 동참하고, 자세히 알지 못했던 역사를 기억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더욱이 재연에 참여하는 주민 중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눈에 띄어, 이들의 경험이 앞으로 어떤 미래의 비스비를 만들게 될지 궁금해진다. 재연은 노동자와 회사가 각각 파업과 추방을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마을 곳곳에서 벌어진 체포와 추방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총 6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영화는 이것의 준비과정과 재연된 사건, 비스비 추방에 대한 기존의 기억과 재연 이후 달라진 주민들의 생각을 담아낸다. 여기서 재연을 담는 방식이 흥미롭다. 주민들이 재연하는 비스비 추방은 마치 극영화 같은 모습인데, 주민들은 마을 전체를 무대로 고용된 배우들처럼 연기하며 여러 대의 카메라가 이들을 쫓으며 촬영한다. 카메라에는 연기하는 주민들과 다른 방향에서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 1917년과는 다른 2017년의 마을 풍경(자동차나 상점의 물건 등)이 프레임 속에 모두 담기게 된다. 때문에 이러한 재연이 극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획한 사건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상기된다. 이를 통해 <비스비 1917>은 잊히도록 의도된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공유하고, 교육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몇몇 걸리는 지점은 비스비 추방의 가해자인 회사 측 사람들의 후손이다. 당시 광산회사를 운영했던 사장의 후손이나, 당시 말단 노동자였지만 사건 이후에도 계속 회사에 남아 사장의 지위에 오른 인물들 또한 <비스비 1917>에 등장한다. 이들 또한 재연의 참가자로서 영화 속에 등장하고, 재연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찰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길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이후 비스비 추방의 역사를 지우는데 일조한) 가해자들로 하여금 당시를 재연하게 하는 부분은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액트 오브 킬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로버트 그린은 이들을 짧게만 등장시키고 당시 사건이 객관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었음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이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극과 실제의 경계가 희미한 (실제로 이 영화엔 연출된 부분이 더 많다고 여겨진다) 이 영화에서 가해자의 후손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어디까지가 실제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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