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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뭣하러 과거로 오셨어요

기욤 뮈소의 소설 원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무난하고 무난하다. 무려 시간여행을 소재로 했음에도 영화는 그저 무난할 뿐이다. 개성도성취도 에너지도 없다. 기욤 뮈소의 원작을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순 없지만, 영화는 확실히 영화만의 매력이 없다. 게다가 타임 패러독스를 설명없이 무시하는 전개, 이렇다 할 접점이 없는 변요한과 김윤석의 2인1역, 수현(변요한, 김윤석)의 동기가 되는 장치일 뿐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연아(채서진)의 캐릭터는 자꾸만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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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큰 단점은,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치고 구멍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물론시간여행을 다룬 대부분의 작품들, 가령 <백 투 더퓨처>,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들에도 설정구멍들은 있다. 결국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들의 승부수는 각자 다른 방식의 시간여행을 어떤 방식으로 납득시키느냐에달려있다. 시간을 다룬 가장 가까운 영화인 <가려진시간>은 관객들의 눈에 선명히 보이는 오류를 범하며 혹평을 받았고 흥행에도 실패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마찬가지다. 알약을 먹고 잠에 들면 일정한 시간 동안 30년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영화 곳곳에서 무너진다. 과거로 간 미래의 수현이 등장하는 장소는 분명수현이 알약을 먹은 장소로 설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수현은 서울과 부산, 그 사이의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마구잡이로 등장한다. 영화가스스로 세운 법칙이 허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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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과거와 미래의 수현을 연기한 두 배우, 변요한과 김윤석의 외모와 목소리가 닮지 않은 것도 영화의 몰입을방해한다. 영화는 문신 등의 방법으로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근거를 끊임없이 제시한다. 하지만 영화의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미래의 누군가가 과거의 수현에게 훈수 두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게 된다. 이제는 너무 고착화된 것으로 보이는 김윤석의 안일한 연기는 변요한, 채서진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영화의 동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오히려 변요한이 노인 분장을 통해 두 역할을모두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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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진배우의 활용은 아쉬움 밖에 남지 않는다.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순종적이고 활기찬 남성 주인공의 상대역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역할이 주어진다.영화가 그리는 연아는 연아의 주관과 캐릭터의 입체성은 완전히 배제된 채 오롯이 수현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써 존재한다. 캐릭터라기 보단 도구에 가깝달까. 배우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연기와매력에 비해 제대로 된 캐릭터를 부여 받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 외의 태호(안세하, 김상호)나 수아(박혜수)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영화속 캐릭터들은 매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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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결국 범작의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시간여행의 설정도, 2인1역의개성도, 캐릭터만의 매력도 없었다. 그저 원작을 무난하게각색해 만든 전형적인 ‘한국상업영화’다. 두 세대의 남성 배우가 등장하고, 매력적인 여성 배우를 그저 소비되는캐릭터에 캐스팅하고, 사투리를 쓰며 약방의 감초처럼 코미디를 담당하는 조연 남성 캐릭터와, 영화 곳곳에서 남성중심적 시각의 유머가 등장한다. 뻔하게 만든 영화, 보면 시간은 흐르지만 영화도 그저 흘러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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