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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리듬을 만드는 법

살벵 쇼메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벨빌의 세 쌍둥이>

살벵 쇼메의 최근작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 아직 개봉하지 않았던 그의 대표작 <벨빌의 세 쌍둥이>가 정식 개봉하게 되었다. 뮤지컬로 시작해, 블랙코미디와 누와르, 액션을 오가는 애니메이션 <벨빌의 세 쌍둥이>는 대사조차 배제하고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가진 운동성과 리듬에 주목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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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시퀀스부터 등장하는 뮤지컬 시퀀스는 영화 전체의 틀을 알려주는 것 같다.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오프닝에 이어 영화 중반부 이후 ‘벨빌의 세 쌍둥이’가 등장해 일상의 물건들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이 리듬을 만들어냄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물품들로 음악을 연주해내는 사람들을 유투브를 통해 접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일상의 움직임을 살짝 비틀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그것이 움직이며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뮤지컬 시퀀스지만 음악이 없어도 리듬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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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수직의 이미지이다. 수직으로 높게 세워진 건물들과 과하게 높은 고가도로와 다리, 심지어 바다에 떠다니는 배 마저 수직으로 길쭉하다. 하지만 가로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익히 보던 모습이다. 과장 이 일상적이다. 대신 계속해서 움직인다. 걸어 다니는 사람과 강아지, 가로로 스크린을 가로질러가는 기차, 자전거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는 모습, 후반부의 추격전까지 영화 속 가로의 이미지들은 끝없이 움직인다. 과장된 배경이 만들어낸 수직선 사이로 움직이는 횡의 이미지는 독특한 그림체와 맞물려 살벵 쇼메 애니메이션만의 개성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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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영화 속 슬랩스틱 액션을 떠올리게 만드는 후반부 추격전은 <벨빌의 세 쌍둥이>의 백미다. 마피아가 주사한 마약에 취해 끝없이 자전거 패달을 밟는 아들과, 그가 움직이는 무대(?)를 배처럼 타고 움직이는 엄마와 세 쌍둥이의 모습, 그들을 쫓아가는 마피아의 자동차들에서 버스터 키튼이나 해롤드 로이드가 떠오른다. 무성영화를 지향하며 이미지의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그들의 흔적을 <벨빌의 세 쌍둥이>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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