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24. 2018

'스타워즈'라기엔 아쉬운 무난함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론 하워드 2018

 스타워즈 클래식 트릴로지의 주역 중 처음으로 한 솔로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가 개봉했다. 원해 <21 점프 스트리트>와 <레고 무비> 등을 연출한 크리스 밀러, 필 로드 콤비가 연출할 예정이었지만, 그들의 갑작스러운 해고와 많은 분량의 재촬영 등 많은 논란 끝에 <아폴로 13>, <다빈치 코드> 등으로 알려진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를 완성하게 되었다. <로그 원>에 이은 스타워즈의 두 번째 스핀오프이기도 한 <한 솔로>는 <새로운 희망>과 <로그원> 보다 약간 더 앞선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국군에게 점령당한 코렐리아 행성에서 좀도둑질로 연명하는 한 솔로(엘든 이렌리치)는 함께 자란 키라(에밀리아 클라크)와 함께 그곳을 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탈출의 순간 키라는 붙잡히고 한은 제국군에 지원하면서 코렐리아 벗어나게 된다. 3년 뒤, 다시 코렐리아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던 한은 제국군의 포로였던 츄바카(요나스 수오타모)를 만나고, 우연히 만난 베킷(우디 헤럴슨) 일당에 합류하면서 탈출을 위한 돈을 벌 궁리를 한다. 그러나 드라이덴 보스(폴 베타니)가 이끄는 크림슨 도운이 한과 츄바카, 베킷의 앞길을 막아서고, 그들은 마지막 한 탕을 위해 랜도 칼리시안(도널드 글로버)에게 우주선을 구하러 간다. 

 최근 3년간 개봉한 세 편의 스타워즈 영화는 여러모로 성공적이었다. <깨어난 포스>는 월드와이드로 20억 불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고, 레이와 핀이라는 여성과 흑인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렸다. <라스트 제다이>는 클래식과 프리퀄 트릴로지가 쌓아온 남성중심적 스타워즈 세계관을 완전히 리셋하고 새로운 세대의 스타워즈를 선언하는 작품이었다. 그 사이에 나온 <로그 원>은 전쟁, 첩보 장르로서 스타워즈 세계관을 그려내며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한 솔로>는 어떤 위치에 서 있을까? 아쉽게도 앞선 세 작품보다 뻔하고 익숙한 재미 정도만을 제공하며, 최근의 작품 중 가장 가벼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많은 재촬영과 감독의 교체, 그 밖의 여러 가지 루머로 인해 제작이 지연되면서 본래 기획했던 것을 모두 못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드라이덴이 이끄는 크림슨 도운이라는 조직은 단편적으로만 그려지며, 때문에 키라의 서사 역시 상당 부분 의문으로만 남게 됐고, 한이 도박으로 랜도에게서 밀레니엄 팔콘을 따게 되는 과정은 굉장히 어정쩡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초반부의 그냥 어둡기만 한 어두운 장면들, <깨어난 포스>와 유사하지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밀레니엄 팔콘의 첫 등장 등은 어딘가 급하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스타워즈 시리즈 내내 회자되는 한의 ‘케셀런 12파섹 돌파’ 장면이나 베킷 일당의 기차 탈취 장면은 스타워즈 시리즈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생각보다 좋았던 부분은 영화 속 몇몇 캐릭터들이다. 랜도의 드로이드인 L3(피비 월러-브리지)는 무려 드로이드 해방 운동을 주도한다. 영화 내내 인격을 지닌 드로이드, 주체성을 지닌 드로이드 등의 대사를 외치며 노예처럼 일하는 드로이드들의 해방을 주장한다. 키라 역시 단순한 주인공의 연인 캐릭터로 등장하지 않는다. 동료인지 적인지 구분할 수 없는 묘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키라는, 각본의 아쉬움 때문에 온전히 그려지지는 못하지만, 몇몇 순간은 <로그 원>의 진 어소나 <깨어난 포스>의 레이 같은 순간을 제공한다. 범성애자로 설정된 랜도의 캐릭터도 흥미롭다. 무려 자신의 드로이드인 L3와 그가 감정을 나누는 순간들이 등장하는데, 도널드 글로버의 호연과 L3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몇몇 순간들이 흥미로웠다. 다만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속 범성애자 남성 캐릭터의 상대가 인간/외계인/로봇 등 종족에 상관없이 항상 여성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캐릭터는 베킷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무리 엔피스 네스트의 리더격인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로부터 <라스트 제다이>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적절한 설정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좋은 설정의 캐릭터만으로 한 편의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한 솔로>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기만 한 작품이며, 생각보다 괜찮게 설정된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각본 속에서 하나하나 소비된다. 특히나 배우의 본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져와 적당히 만든 것만 같은 캐릭터들이 아쉽다. 가령 어느 블록버스터 세계관에나 캐스팅해도 멘토나 배신자, 혹은 둘 다일 것만 같은 우디 해럴슨, MCU의 비전이 고스란히 흑화한 것만 같은 폴 베타니의 모습 등은 135분의 러닝타임을 충분히 지탱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스타워즈는 언제나 새로움을 더해왔다. (물론 프리퀄 트릴로지는 제외한다) <제국의 역습>의 반전이나 <라스트 제다이>의 충격, <로그 원>의 참혹함 같은 것이 <한 솔로>에는 없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익숙한 재미는 주지만, 스타워즈라기엔 어딘가 모자란 작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