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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26. 2018

오목처럼 짧고 강렬한 재미

<오목소녀> 백승화 2018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등의 음악 다큐멘터리로 영화계에 데뷔하고, <걷기왕>을 통해 성공적인 극영화 데뷔를 이끌어낸 백승화 감독의 신작 <오목소녀>가 개봉했다. 원래 웹드라마로 기획된 작품이지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되었다. 이후 개봉과 함께 옥수수TV를 통해 동시 공개되고 있다. 영화는 한 때 바둑 신동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가, 첫 패배 이후 좌절하여 기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이바둑(박세완)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기원에서 지루하게 조영남(이지원)과 오목이나 두며 시간을 때우던 그는 룸메이트 동거인(장햇살) 덕분에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다. 그러던 중 우연히 김안경(안우연)을 통해 상금이 걸린 오목대회가 있음을 알게 되고, 오목 마스터인 쌍삼(김정영)의 도움을 받아 대회를 준비한다. 

<오목소녀>를 <걷기왕>에 이은 백승화 감독의 사회체육 코미디 연작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청년 세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부터, B급 감성으로 느껴지는 코미디 감각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리듬감, 승리로 마무리되는 스포츠 드라마의 클리셰를 뒤엎으면서도 위로의 감정을 선사하는 마무리까지 두 작품은 여러모로 쌍둥이처럼 닮았다. 57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지닌 작품이고, 웹드라마는 포맷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오목소녀>가 조금 더 간결하고 강렬하기도 하다. 영화는 극장 개봉을 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웹드라마 이기에 짧은 시간 동안 캐릭터들을 쌓아 올려 그들의 매력을 보여주려 한다. 영화 내내 단벌 혹은 유사한 느낌의 의상만 입고 나오는 일관성, 짧은 러닝타임 안에도 확실하게 드러나는 각 캐릭터들의 개성은 <오목소녀>가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큰 나이차가 있음에도 서로를 너라는 지칭으로 부르는 바둑과 영남, 익숙한 무협영화의 관계를 보는듯한 안경과 쌍삼의 관계 등 캐릭터들을 엮는 지점들도 신선하다. 여기에 <슬램덩크>, <기생수> 같은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 <비밀은 없다>와 같은 영화들에서 따온 장면과 대사 등은 백승화 감독의 취향을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극 자체를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물론 웹드라마라는 한계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쨌든 극장 개봉작이기에 관객들은 익숙한 영화의 형식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고, <오목소녀>는 여기서 꽤 벗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작 <긷기왕>을 생각했을 때 그 연장선상 안에 있는 작품으로써, 특히나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중심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목소녀>는 자신만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극장을 찾기 어렵다면 옥수수TV를 통해서라도 한 번쯤 <오목소녀>를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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