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캐서린 비글로우 2017
1967년 7월 ‘디트로이트 폭동’이라 불리는 사건이 시작된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 및 불합리한 체포에 시민들이 반발하면서 발생한다. 주방위군까지 투입되며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양측이 모두 가열되자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러던 중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알제 모텔에서 세 명의 젊은 흑인이 사망한다. 모텔 방향에서 총성이 들려오자, 그곳에 저격수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이 모텔을 급습하여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신작 <디트로이트>는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과 법정 증언 등의 자료를 통해 사건을 재연한다. 영화는 백인 경찰인 필(윌 폴터), 인근 상점에서 경비업무를 서고 있던 흑인 멜빈(존 보예가), 드라마틱스라는 팀을 결성해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던 래리(알지 스미스)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그들을 비롯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인 플린(벤 오툴), 데멘스(잭 레이너), 디트로이트에 관광 온 백인 소녀 줄리(한나 머레이), 모텔에서 친구들과 놀던 흑인 칼(제이슨 밋첼), 오브리(나단 데이비스 주니어), 베트남전 참전 후 일자리를 찾아온 그린(안소니 맥키) 등이 당시 모텔에 있던 인물들이다.
폭동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시작한 영화는 이내 래리, 필, 멜빈이 각각 알제 모텔로 향하게 되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누군가의 장난감 총에서 시작된 총성은 필을 비롯한 인종차별주의적이며 극도로 폭력적인 경찰들이 모텔에 묶고 있던 흑인과 백인 여성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준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전작 <허트 로커>를 함께하기도 했던 배리 애크로이드의 촬영은 당시의 상황에 과몰입되도록 만들어준다. 후반부 법정 장면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는 파운드푸티지 장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핸드헬드 촬영만을 고집한다. 포커스와 줌이 제멋대로 인 것 같지만 관객이 주목해야 할 인물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촬영의 기술적 완성도는 놀랍기만 하다. 때문에 영화가 시작되고 알제 모텔에서의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의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자신이 현장에 있는 것만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은 필을 비롯한 폭력경찰들이 저지른 범죄가 인종차별/혐오(그리고 여성혐오)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는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미국 경찰의 무력 남용으로 인한 흑인 살해 사건들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다만 사건이 종료되고 필, 플린, 데멘스가 재판을 받는 후반부로 넘어가면 조금은 맥이 풀린다. 후반부에선 백인 배심원단, 흑인인 증인들의 전과를 들먹이는 변호사(존 크래신스키), 반성의 기미 따위는 보이지 않는 가해자 등 익숙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결국 14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인종차별주의자 폭력 경찰은 개새끼!”라는 익숙한 명제를 재확인하는데 그치고 만다. 더욱이 기술적으로도 완성도 높으며 빼어난 배우들의 연기(각각 영어덜트와 SF 블록버스터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윌 폴터와 존 보예가의 연기가 돋보인다)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평범한 마무리가 아쉽기만 하다. 유사한 소재를 실험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보다 효과적으로 풀어낸 전주영화제 상영작 <누가 총을 쐈는지 궁금해?> 등의 작품을 생각해보면 <디트로이트>가 지닌 태도의 단조로움은 조금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