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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4. 2018

아마추어리즘의 성취

<아마추어> 가브리엘라 피츨러 2018

 스웨덴의 한 시골마을 라프로스에 독일의 거대 할인점 수퍼빌리가 입점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무세(프레드릭 달)를 비롯한 마을 위원회 의원들은 일자리 창출을 보장하는 수퍼빌리의 입점을 위해 마을 홍보영상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이 소식을 들은 두 소녀, 아이다(샤다 이스마일)과 다나(야라 알리아도터)는 스마트폰으로 자신만의 마을 홍보영상을 찍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둘은 마을 홍보와는 전혀 다른 영상을 만들게 된다. 가브리엘라 피츨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아마추어>는 마을 홍보영상을 찍게 된 두 십대의 이야기를 통해 스웨덴의 이민자, 가난, 영화의 윤리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동원한 영식이 영화 속에서 영화 만들기라는 점이 흥미롭고, 그것이 영화의 장점이자 성취가 된다. 

 홍보영상을 맡게 된 무세는 스톡홀름에서 영상 전문가를 초빙해 영상을 찍는다. 지역 건설회사의 지원을 받아 찍게 된 영상은 익숙하고 뻔하며 지루하기만 하다. 게다가 영상 중간에 출연한 무세의 모습은 스웨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교체되기도 한다. 반면 아이다와 다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마을 곳곳을 촬영한다. 각자의 집, 밭, 카페, 오랜 기간 마을을 지탱해온 가죽공장 등을 찍는다. 그리고 이를 찍는 과정에서 아이다와 다나는 마을 공동체 내부의 이민자 문제, 지역의 노동과 자본의 문제 등을 알게 된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아이다, 어머니가 터키인인 다나, 필리핀에서 이민 온 무세, 루마니아에서 온 노숙자, 그 밖에 다양한 지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라프로스라는 마을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아이다와 다나는 촬영과정 동안 무엇을 찍고 무엇을 찍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때문에 아이다와 다나가 찍은 영화에는 발견과 치열한 고민이 함께 녹아있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뽐내려 하지 않는다. 비전문 배우들(심지어 무세를 연기한 프레드릭 달은 실제로 마을 홍보 담당자이고 그의 어머니가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을 고용해 그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영화에 사용하고, 아마추어리즘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이슈(가령 촬영에의 윤리)를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등장시킨다. 그러다 보니 <아마추어>는 최근 국내 관객들을 만난 유럽 영화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은 자연스럽게 마을 안의 문제를 부각할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도 작동한다. 때문에 <아마추어>는 제목 그대로 아마추어리즘의 실천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취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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