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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5. 2018

서구권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움

<행복하길 바라> 양밍밍 2018

 중국 구시가지에 위치한 후통 거리에서 살아가는 모녀가 있다 싱글맘인 엄마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딸은 사사건건 다투기만 한다. 종종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대부분 돈과 남자에 관련된 이야기일 뿐이다. 각본과 연출은 물론, 직접 딸 역할로 출연까지 한 양밍밍 감독의 데뷔작 <행복하길 바라>는 모녀관계를 다룬 신선한 작품이며, 동시에 베이징의 골목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잡아낸다. 영화는 유럽이나 북미의 영화들이 가진 익숙하고 전형적인 프레임의 구도를 사용하지도 않고, 중화권이나 한국을 비롯한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신파 서사로도 빠지지도 않는다. 

 영화 내내 두 인물은 좀처럼 한 프레임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이 연결되어 있는 쇼트는 그저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함을 보여주는 몇몇 장면들, 그들이 동거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가령 식탁에서 설거지 거리를 건네주는 손의 클로즈업) 등에서만 그들은 한 프레임 안에 존재한다. 그 밖의 쇼트에서 그들은 한 사람의 프레임을 침범하는 방식으로 프레임 속에 들어온다. 이러한 경우 한 사람은 포커스아웃 된다. 함께 먹는 음식의 이름으로 구성된 영화의 각 챕터의 마지막에서야 둘이 식탁에 함께 있는 장면이 제시될 뿐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영화의 결말부에 가서야, 둘은 한 프레임 속에 유연하게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는 둘이 셀피를 찍는 것으로도 드러난다. 

 많은 관계들이 그렇겠지만, <행복하길 바라>의 모녀관계는 다양한 층위를 품고 있고 그것을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속에서 속속들이 보여준다. 둘은 일종의 계약관계, 동거인, 가족, 조언을 건네는 친구, 경쟁자, 동업자 등으로 그려진다. 서로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으면서도 분리를 꿈꾸는, 그렇기에 각자의 프레임 속으로 서로 돌출될 수밖에 없는 두 여성의 삶이 영화에 펼쳐진다. 이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서구권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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