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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n 08. 2018

볼거리만 남은 여름 놀이동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2018

 <쥬라기 월드>의 속편이 개봉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혁신적인 블록버스터였던 <쥬라기 공원> 이후 22년 만에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공룡들이 스크린에 복귀한 지 3년 만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공룡들을 만나는 것도 반갑지만,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 헨리 우(B.D. 웡) 등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얼굴을 비췄던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이번 작품이 반가운 이유 중 하나이다. 전작이 <쥬라기 공원>을 확장한 작품에 가까웠다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쥬라기 공원: 잃어버린 세계>의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전작의 사건으로 쥬라기 월드가 폐장되고, 주인공들이 그 섬을 다시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시작은 유사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조금 다른데, 화산 폭발로 인해 섬의 공룡들이 몰살당할 위기에 처하자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밀스(리프 스팰)의 의뢰를 받아 공룡들을 구조하러 떠나지만 밀스가 꾸민 음모에 휘말려 위기에 처한다는 설정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전작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택한다. 전작이 <쥬라기 공원> 보다 거대한 사이즈를 선보이며 속편의 정석을 따라갔다면, 이번 작품은 비교적으로 사이즈를 줄이며 (물론 전작보다 더욱 거대한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주로 초중반에 몰려있다)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공룡의 공격으로부터의 피난, 공룡과의 싸움이 스케일로서 존재하는 대신, 공룡의 존재감을 인물들로부터 먼 공간에서 부터 서서히 드러내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번개나 깜빡이는 전등을 통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생명체나 그들의 그림자는 전작에서 주인공들을 미친 듯이 추격하던 장면들보다 강렬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반면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쉽기만 하다. 전작이 직전적인 이야기를 선택해 스케일을 선보이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다음 영화 사이의 징검다리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영화의 무대가 옮겨지고, 여러 명의 인간 악역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산만해진다.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들은 영화 안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길 반복하고, 악역들의 동기는 따분하며 그들의 행동마저 너무 바보스럽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얼마 전 개봉한 <데드풀2>처럼 기존에 보여준 것을 강화함과 동시에 각본에 힘을 싣는 데는 실패한다. 

 결국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충분히 즐길만한 블록버스터이지만 대단한 영화로 기억되긴 어려울 것이다.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가 표방하고 있듯이, 공룡, 화산 폭발 등 다양한 스펙터클이 영화 내내 등장해 여름철의 놀이동산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다만 <쥬라기 공원>의 완벽함이나 <쥬라기 월드>의 깔끔한 이야기는 이번 영화에 없다. 영화는 전작 혹은 배우가 기존에 지닌 캐릭터를 재활용할 뿐이고, 장면 단위의 긴장감만이 남을 뿐이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연상시키는 엔딩이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을 보고 있자면 큰 기대가 생기지는 않는다. <몬스터 콜>, <더 임파서블> 등의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온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신작이기에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전작의 감독인 콜린 트레보로우가 복귀하는 3편은 과연 괜찮은 각본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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