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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13. 2018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속편

<인크레더블 2> 브래드 버드 2018

 2004년 픽사가 처음으로 인간을 주인공을 내세웠던 작품 <인크레더블>의 속편이 14년 만에 제작되었다. 전작의 감독이었던 브래드 버드 감독 또한 두 편의 실사영화(<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투모로우 랜드>)를 연출 한 뒤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복귀했다. 오랜만에 애니메이션으로 복귀를 한 만큼,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장기를 한껏 발휘한다. 영화는 전작의 엔딩에서 곧바로 이어진다. 14년이 흐른 뒤 제작되었지만 극 중 시간은 전작의 사건 바로 직후의 이야기다. 언더마이너라는 악당이 도시를 공격하자, 미스터 인크레더블(크레이그 T. 넬슨), 일라스티 걸(홀리 헌터), 바이올렛(사라 보웰), 대쉬(헉 밀너) 등의 인크레더블 가족과 프로존(사무엘 L. 잭슨)이 그를 무찌른다. 허나 전투 중 많은 피해가 발생하자, 이미 불법이 된 슈퍼히어로들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진다. 그러던 중 거대기업의 경영자 윈스턴(밥 오덴커크)과 에블린(캐서린 키너)은 그들에게 슈퍼히어로를 다시 합법화시키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이를 받아들인 일라스티 걸은 그들의 후원을 받아 새로운 적인 스크린슬레이버에 맞서 싸우고,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두 아이와 아직 초능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기인 잭잭(엘리 푸실)을 돌보는 육아에 전념하게 된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인크레더블>의 속편이 언제 제작될 것이냐는 질문에 항상 “최고의 이야기가 나올 때”라고 답해왔다. 그래서일까, 전작의 팬들이 <인크레더블 2>에 거는 기대는 굉장했다. 완성된 결과물은 전작을 지금에 맞게 만들어진, 그리고 14년 전과는 다른 기술력으로 더욱 업그레이드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가정 내 성역할의 반전이다. 일라스티 걸이 도시로 나가 악당과 맞서 싸우는 동안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디즈니의 작품인 만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결말로 향할 수밖에 없지만, <코코> 등 전작들과 다르게 그 방향을 달리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아버지를 통해 봉합되는 것이 아닌 어머니와 아이들의 활약을 통해 봉합되는 가족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신선하게 다가온다. 잭잭의 종잡을 수 없는 초능력을 통해 육아의 고단함이 드러나는 부분도 좋았고, 굳이 아이들이 지닌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이들을 다루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 또한 좋았던 부분이다. 

 <인크레더블 2>의 최고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액션이다. 올해에도 여러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했는데, 그중 가장 발군의 액션 시퀀스가 이 작품에서 등장한다.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비교가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CG를 동원한 각종 액션이 ‘그려지고’ 있는 데다가 각종 영화들의 세계관이 갈수록 판타지의 영역으로 가고 있기에 <인크레더블 2>의 액션 시퀀스들이 더욱 영리하고 잘 짜여 있다고 느껴진다.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일라스티 걸의 액션들이다. 전작을 비롯해 <스파이더맨 2>나 <슈퍼맨> 등 초인들이 달리는 열차를 멈추는 장면들은 일종의 클리셰가 되었다. <인크레더블 2>에도 어김없이 열차를 정지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오토바이를 통한 추격부터 일라스티 걸의 능력을 다양하게 활용한 액션까지의 아이디어와 능수능란한 흐름이 돋보인다. 이야기 흐름 상 일라스티 걸의 액션이 영화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스파이더맨>이나 <다크 나이트> 등의 도심 속 액션을 연상시키면서도 캐릭터의 개성을 통해 더욱 발전시킨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여기에 다양한 초능력을 보유한 잭잭이 보여주는 액션 또한 즐겁다. 영화 중반부 뜻밖의 상대와 싸우며 다양한 초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브래드 버드가 <엑스맨>을 연출한다면 어떨지 궁금해질 정도로 즐겁고 흥미로운 장면이다. 

 빌런의 활용도 흥미롭다. 그간 픽사의 작품들은 빌런의 정체와 그의 악행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스크린과 창문 등의 프레임을 활용했다. 이는 픽사의 첫 작품인 <토이 스토리>의 망원경에서 <코코>의 생중계 카메라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인크레더블 2>의 스크린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된다. 빌런의 이름이 스크린슬레이버인 만큼, 스크린은 빌런의 소유이며 그의 정체를 감추고 악행이 알려지는 것을 교란시키는 것에 스크린이 동원된다. 전작에서 바로 이어지는 시간대이기에 극 중 시간대는 스마트폰 등이 발명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럼에도 스크린은 다양한 형태로 곳곳에 보급되어 있다. 이를 통해 교란되는 빌런의 정체와 언론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뒤엎겠다는 큰 스토리라인은 <인크레더블 2>를 이루는 두 개의 축이다. 과포화 상태의 SNS와 가짜 뉴스가 지상파 뉴스의 위치까지 진출한 지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인크레더블 가족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엔딩 이후에 남는 묘한 찝찝함은 이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인크레더블 2>는 <인사이드 아웃> 이후로 아쉬운 작품들만 내놓는 픽사의 최근작 중 가장 즐겁고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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