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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16. 2018

60년대 대중들의 저열함

<서버비콘> 조지 클루니 2017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조지 클루니의 새 장편영화가 개봉했다.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쓴 <서버비콘>은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에 이은 그의 일곱 번째 연출작이다. 영화의 제목인 서버비콘은 어느 지역의 이름이다. 평화로운 동네지만 오로지 백인만이 살고 있는 마을, 그곳에 한 흑인 가족이 이사 오게 되면서 영화가 시작한다. 마을 위원회는 그들을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다. 한 편, 건넛집에 사는 닉키(노아 주프)는 엄마 로즈(줄리엔 무어)의 권유로 동갑내기 흑인 아이 앤디(토니 에스피노사)와 야구를 하러 간다. 그날 밤, 갑자기 아빠 가드너(맷 데이먼)가 닉키를 깨우고, 의문의 침입자들이 약물로 가드너, 닉키, 로즈, 로즈의 동생 마가렛(줄리엔 무어가 1인 2역으로 연기했다)을 기절시킨다. 이 과정에서 로즈가 사망하고, 닉키는 범인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영화는 침입자들의 정체를 그들의 등장과 함께 밝혀주지 않는다. 때문에 닉키가 앤디와 야구를 하러 가는 장면 직후에 이어지는 침입자들의 등장은 닉키가 흑인과 어울렸기에 이를 응징하려는 인종차별주의자 백인들의 침입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내내 앤디 가족의 집 앞에 몰려든 백인들의 폭력이 서브플롯으로 제시되면서 이러한 느낌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로즈의 죽음으로 촉발된 닉키의 가족의 붕괴와 앤디의 가족에게 가해지는 백인들의 폭력은 별개의 사건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영화는 자멸하는 백인 가족의 모습과 백인에 의한 폭력에 희생당하는 흑인 가족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60년대 미국 대중의 저열함을 보여주려 한다.  

 이를 미스터리에 가까운 블랙코미디로 묘사하면서, 조지 클루니와 코엔 형제는 히치콕식의 서스펜스를 초반부에 끌어온다. 로즈가 죽은 뒤 로즈처럼 머리를 염색하고 옷을 입는 마가렛의 모습이나, 닉키가 식칼을 들고 지하실에 내려오는 장면 등은 <현기증>이나 <싸이코> 등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서스펜스를 통해 무엇이 제시되는가를 생각했을 때,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두 가족의 이야기는 제대로 엮이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이러한 서스펜스 또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기만 한다. 그저 출연하는 배우들이 열심히 노력하기만 한다. 그중에서도 닉키를 연기한 노아 주프는 <원더>와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이어 다시 한번 뛰어난 연기를 선사한다. <서버비콘>의 장점은 아무래도 이것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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