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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익숙해진 '더 락'이라는 장르

<스카이스크래퍼> 로슨 마샬 터버 2018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드웨인 ‘더 락’ 존슨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다. 올해만 벌써 세 편의 드웨인 존슨 영화가 국내에 개봉했는데, <쥬만지: 새로운 세계>, <렘페이지> 등은 모두 드웨인 존슨이라는 배우가 영화 밖에서 지닌 특징이 영화 자체에 인장처럼 새겨진 작품들이었다. <피구의 제왕>부터 드웨인 존슨이 출연한 <센트럴 인텔리전스>까지 코미디와 액션이 결합된 작품을 만들어온 로슨 마샬 터버 감독과 드웨인 존슨의 두 번째 만남인 <스카이스크래퍼>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홍콩의 재벌 자오 롱 지(친 한)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 보안업체에서 일하는 윌 소여(드웨인 존슨)는 친구의 소개로 빌딩의 안전관리 책임자가 된다. 윌은 아내 사라(니브 캠벨), 두 아이와 함께 건물에 입주한다. 건물의 안전 테스트가 마무리되던 날, 의문의 조직이 건물에 화재를 일으키고 윌은 건물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건물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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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는 시놉시스에서 드러나는 것이 전부다. 윌은 드웨인 존슨이라는 배우가 지닌 육체성을 강조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고,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나 <킹콩> 같은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액션들을 윌이 해냄으로써 관객이 기대하는 액션을 보여준다. 80년대 액션스타들의 영화를 다시금 불러온 것만 같다고 해야 할까? 전성기 시절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실버스타 스탤론이 이 영화의 주연이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물리적으로 혹은 체력적으로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액션들, 시시껄렁한 농담들(덕테이프!), 가족을 강조하는 적당히 훈훈한 엔딩 등등 30년 전 액션 영화들의 흥행 공식을 다시 불러온 것만 같다. 기술력의 발전으로 조금 더 거대한 액션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물량으로 승부하는 과거의 액션 영화들에 비해선 어딘가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30여 년 동안 주인공의 인종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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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크레인을 기어 올라 빌딩으로 진입하고 가족을 구하는 윌 소여의 여정이 길거리의 스크린으로 생중계된다는 점이다. 덕분에 윌을 용의자로 생각하는 경찰과의 갈등도 손쉽게 정리되고, 액션 히어로가 온전히 영화 속 대중들의 영웅이 되지 못했던 과거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모두가 환호를 보내는 영웅으로 대접받게 된다. 시대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일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야기를 너무 손쉽게 마무리 짓게 되어버리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여전히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킬링 타임으로 적당히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드웨인 존슨 표 영화가 또 한 편 늘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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