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19. 2018

겉모습만 화려한 호텔

<호텔 아르테미스> 드류 피어스 2018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아이언맨 3>의 각본가로 유명한 드류 피어스의 연출 데뷔작 <호텔 아르테미스>가 개봉했다. 범죄자 전문 병원이라는 컨셉과 호텔이라는 장소, “살인 금지” 등의 룰 때문에 여러모로 <존 윅> 시리즈의 콘티넨탈 호텔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영화는 은행강도인 와이키키(스털링 K. 브라운)의 동생이 총격을 입고, 호텔 아르테미스로 피신해 진(조디 포스터)와 에베레스트(데이브 바티스타)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시작한다. 호텔에는 이미 니스(소피아 부텔라)와 아카풀코(찰리 데이)가 있었다. 와이키키의 동생이 치료를 받던 중, LA를 휘어잡고 있는 범죄자 울프킹(제프 골드브럼)과 그의 아들인 크로스비(제커리 퀸토)가 호텔 아르테미스를 찾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심에서의 폭동이 더욱 거세져만 간다. 결국 호텔의 룰이 깨지고, 호텔 속 사람들은 살기 위해 그곳을 탈출하려 한다. 

 영화의 설정은 정말 좋다. 범죄자들이 이용하는 비밀 병원, 그곳에 모여드는 범죄자들과 이들을 끌어 모을만한 미끼, 여기에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활약하는 스타들까지 여러모로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아쉽기만 하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이나 <아이언맨 3> 등 각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좋은 각본을 선보인 드류 피어스의 각본이라기엔 <호텔 아르테미스>의 각본은 처참하기만 하다.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배우들이 겨우 살려내고 있지만, 수많은 캐릭터들의 서브플롯을 대강 제시만 해놓고 넘겨버린다. 결국 영화의 주인공 격인 진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영화의 등장하는 대여섯 명 가량의 캐릭터들은 대충 사용되고 버려진다. 특히 아카풀코 같은 캐릭터는 딱히 존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울프킹이 아르테미스에 오게 되는 계기가 예고편에 등장한 이유(아끼던 다이아몬드)와는 조금 다른데, 그 이유가 더더욱 비합리적이게 느껴진다. LA를 주름잡는 악당이라기엔 울프킹과 크로스비의 모습 또한 그다지 압도적이지도 않다. 

 영화에서 좋았던 부분은 오로지 진의 캐릭터뿐이다. 공황장애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진은 호텔 밖으로도 쉽게 나오지 못하지만, 영화 말미 결국 가장 강인한 캐릭터로 남게 된다. 부실한 각본과 연출 때문에 캐릭터가 쉽게 전달되지는 않지만, 조디 포스터의 열연이 이를 커버한다. 언제나처럼 짧고 강렬한 소피아 부텔라의 액션도 좋았고, <블랙 팬서> 이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털링 K. 브라운의 연기도 괜찮았다. 다만 액션의 분량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최근 <아가씨>나 <그것>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할리우드까지 넓힌 정정훈 촬영감독의 솜씨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촬영들은 아쉽기만 하다. 결국 <호텔 아르테미스>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실은 부족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젠 익숙해진 '더 락'이라는 장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