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25. 2018

배우의 힘에 너무 기댄 코미디

<나를 차버린 스파이> 수잔나 포겔 2018

 수잔나 포겔의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폴 페이그의 <스파이>를 연상시킨다. 현장요원에 투입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 주인공이 호감을 품고 있는 스파이가 영화 초반부에 사망한다는 점 등등 이야기에서부터 유사한 지점이 많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오드리(밀라 쿠니스)는 남자친구 드류(저스틴 서룩스)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는다. 오드리의 절친인 모건(케이트 맥키넌)은 오드리에게 드류의 물건들을 태워버리자고 제안한다. 그러던 중 세바스찬(샘 휴건)이 나타나 드류의 정체는 CIA 요원이며 오드리 당신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이야기한다. 드류가 갑자기 돌아오고, 어느 물건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전달해달라는 이야기를 남긴 뒤 살해당한다. 얼떨결에 오드리와 모건은 비엔나로 향하고, 둘이 지닌 물건을 탐내는 악당들이 그들의 뒤를 쫓는다. <스파이>의 수잔(멜리사 맥카시)이 처음부터 요원이기는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너무 강력한 비교대상이 꽤나 가까운 시점에 개봉했다는 점도 그렇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놓고 봐도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스파이>의 장점, 가령 팻쉐이밍 되는 여성의 외모나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현실 등을 전복시키면서 오는 코미디가 <나를 차버린 스파이>에는 부족하다. 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것에서부터 이미 지겹게 등장한 남성 스파이 영화들보다는 즐거움을 주지만, <스파이>와는 다르게 단순한 킬링타임용 영화에 그칠 뿐이다. <스파이>를 비롯한 여성 중심 액션 코미디 영화 몇 편이 성공을 거두면서, 밀라 쿠니스와 케이트 맥키넌이라는 두 배우의 힘에 기대어 기획된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발군의 코미디를 선보이는 케이트 맥키넌의 모습이나, 최근 <배드 맘스> 등의 코미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밀라 쿠니스의 연기가 아니라면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성립하지 못했을 영화이지 않았을까? 특히 이 영화의 남성 캐릭터들이 그다지 멋지지 않음에도 멋있게 그려지려 했다는 점에서부터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스파이>의 장점을 잊어버린 작품이 된다.

 본격적으로 좌충우돌이 시작되기 전의 초반부만 넘기면,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킬링타임용 액션 코미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한다. 이런저런 액션들은 어느 정도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케이트 맥키넌의 존재감은 영화가 지루해지려 하면 다시금 웃음을 선사해준다. 또한 <엑스파일> 시리즈의 스컬리, 질리언 앤더슨이 MI6의 국장으로 등장하는 것도 의외의 웃음 포인트가 된다. 실제로 질리언 앤더슨의 열렬한 팬인 케이트 맥키넌이 극 중에서 그에게 구애를 보내는 것은 이번 영화의 가장 즐거운 포인트 중 하나이다. <스파이>나 <고스트 버스터즈> 등의 작품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앞선 작품들보단 아쉽지만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각본이 아쉬운 싸이코 드라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