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맹인검객 이야기 <자토이치>
기타노 다케시의 2003년 작품 <자토이지>는 1962년부터 시작된 카츠 신타로 주연의 맹인검객자토이치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디타노 다케시가 직접 맹인검객 자토이치를 연기하며 연출과 주연을 겸하고 있다.맹인이라는 설정과 무표정한 인상이 특징적인 기타노 타케시의 조합은 썩 어울린다. 과거를감추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에 꼭 맞는 배우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를보는 내내 기타노 다케시가 <자토이치>를 리메이크한이유는 본인이 자토이치를 연기하고 싶어서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타노의 <자토이치>는 순수한 오락영화다. <자토이치>는 기타노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빼곡히집어넣어 집대성한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과도 유사하다. 사실 <킬빌>이 오리지널<자토이치>시리즈를 비롯한 일본 사무라이 영화들과 기타노 감독이 만들어오면 야쿠자영화의 영향 속에 있기 때문에 두 영화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두 영화 모두 각자 자신의 자양분이된 영화들에 오마주를 바치면서 자신의 스타일로 재구성한, 순수하게 감독 본인이 보고 싶었던 엔터테인먼트를만들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자토이치>의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은 음악을 비롯한 사운드에 많이 기대고 있다. 마을농부들이 괭이질 하는 소리에 리듬을 넣어 음악처럼 삽입하는 부분은 <자토이치>가 어떻게 오락적 리듬을 만들어가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나막신으로 탭댄스를 추는 뮤지컬 장면은 축제와 화합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의 흥겨운 마무리가 된다. 때문에 기타노의 <자토아치>는 <7인의 사무라이>의 매우 대중적이로 오락적인 버전처럼느껴진다.
예상외로많은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고 후반부에 이르러 대부분 퇴장하게 된다. 여러 인물들을 돌아가며 비추고, 각자의 스토리를 들려주는데, 그 분량의 배분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않다. 각각의 인물이 자신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가지며, 그러한기회들은 관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관객은 자토이치에게도, 신키치(가타루카나루 타카), 오세이(타치바나 다이고로)에게도 몰입할 수 있다.
다만아쉬운 점은 악역으로 등장하는 하토리(아사노 타다노부)의캐릭터이다. 병에 걸린 아내를 치료할 돈을 벌기 위해 다시 고용된 칼잡이로 활동하게 되는 그의 이야기는그를 악역 아닌 악역처럼 만들기 위한 설정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와 아내의 스토리는 애절하고 애틋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하토리가 아내의 병환을 핑계로 다시 살육을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때문에 하토리의 아내가 영화에서 다뤄지는방식, 특히 캐릭터의 퇴장은 영화 속에서 굳이 없었어도 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어쨌든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는 충분히 즐길 수있는 오락물이다. 어려운 생각 하지 말고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즐기면 된다. <킬빌>을 보면서 느꼈듯, 기타노 다케시가 영화를, 장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결과물을 지켜보며즐기는 것이 <자토이치>를 보는 방법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모든 연출작을 본 것은 아니지만, <자토이치>가 그의 영화 중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