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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Sep 12. 2018

'괴물' 쫓다 가랑이 찢어진 영화

<물괴> 허종호 2018

 괴수가 등장하는 한국영화라는 문구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김기덕의 <대괴수 용가리>, 심형래의 <용가리>와 <디워> 등의 작품들이 있었지만, 오래되어 잊히거나 그 퀄리티가 수준 미달인 상황인 탓에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 봉준호의 <괴물>이라는 걸작이 있었고 이후에 <차우> 등 몇 편의 작품이 나왔지만, 김지훈의 <7광구>가 참혹한 평가와 성적을 내고 명맥이 끊겼었다.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한국의 괴수영화 <물괴>는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취한다. 조선시대라는 배경(물론 <디워>에서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긴 했지만)이 주는 신선함을 노렸던 것일까? 영화는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물러난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중종(박희순)은 왕에 올랐지만, 반정을 주도한 심운(이경영)에게 계속 휘둘리고 있다.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짐승인 물괴가 나타나고, 중종은 허 선전관(최우식)을 시켜 관직에서 물러나 산골에서 살고 있는 윤겸(김명민)과 성한(김인권)을 물괴를 찾는 수색대장으로 임명한다. 윤겸의 양딸인 명(이혜리)도 그들을 따라나선다. 심운의 수하 진용(박성웅)이 그들을 따라나서고, 점점 물괴에 쌓인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괴>는 처참하다. 영화는 역병을 지닌 괴물, <괴물>의 하수구처럼 좁고 깊은 바위틈 아래에 있는 괴물의 거처, 괴물의 눈에 꽂히는 괴물, 괴물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 등 여러모로 봉준호의 <괴물>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야기는 설기고, 맥락은 제대로 잡혀있지 못하고, 심지어 물괴를 그려내는 CG 또한 어설프다. 여러모로 <괴물>을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 격이다. 게다가 김명민의 대표작인 <조선명탐정>과 진지한 정통사극을 오가는 영화의 톤은 산만하다. 이쯤 되니 <7광구>와 이 영화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기본적인 대화 장면이나 인서트부터 액션까지 거의 모든 장면의 촬영과 편집도 엉망이고, <곡성>과 TV드라마의 룩 사이를 오가는 영상 자체의 톤도 어딘가 어지럽기까지 하다. 물괴가 물어뜯은 사람의 시체가 전혀 훼손되지 않는 등의 옥에 티 아닌 옥에 티도 꽤나 자주 눈에 띈다. 불필요하게 영화에 마지막에 삽입되는 후일담은 한국영화 시나리오 작법의 고질병을 다시 한번 재확인시켜준다.

 그럼에도 <물괴>의 장점을 착즙 해보자면, 조선시대, 그것도 경복궁 안에 괴수가 등장한다는 상상력과 그것을 어느 정도 이미지화했다는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물괴가 경복궁 근정전을 박살내고, 도성 밖의 불길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기대보다 인상적이다. 조선시대에 괴수가 등장한다는 뻥을 치려면 이 정도까지는 막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장면이었다. 다만 그 장면들의 퀄리티가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앞으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인 영화 <창궐>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차례로 공개될 텐데, 과연 두 작품이 <물괴>라는 나쁜 선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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