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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04. 2018

기대와는 다르지만, 어쨌든 즐거운 베놈

<베놈> 루벤 플레셔 2018

 스파이더맨이 MCU에 합류한 이후 소니에서 나온 첫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영화 <베놈>이 개봉했다. R등급에서 PG-13으로 등급이 조정됐다느니, 30분가량의 삭제 장면이 존재한다느니 여러 논란이 있었기에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작품이다. 영화는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기원을 다룬다.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는 에디 브룩(톰 하디)은 변호사인 애인 애니(미셸 윌리엄스)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중 거대 제약회사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창립자인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의 비인간적인 행보를 폭로하려다 일자리를 잃게 되고, 덩달아 애니 또한 해고당해 둘은 결별하게 된다. 6개월 뒤 다시 칼튼의 비밀을 폭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에디는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실험실에 잠입했다 외계에서 온 물질 심비오트에 숙주가 된다. ‘베놈’이라는 이름을 가진 심비오트는 그에게 공생을 제안하고, 둘은 함께 베놈이 되어 심비오트를 되찾으려는 칼튼의 계획에 맞서게 된다.

 <베놈>은 아쉽게도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다. R등급의 화끈한 액션과 잔인한 면모를 기대했을 관객에겐 너무 아쉬울 것이고, MCU의 세련됨을 생각한 관객에겐 너무 투박한 작품일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이번 작품은 의외로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다. 연출자인 루벤 플레셔의 영화 데뷔작이 R등급 좀비 코미디인 <좀비랜드>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톤은 기대와는 다르지만 의외의 재미를 준다. 에디 브룩이 베놈과 결합하기 전까지의 40여분이 조금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둘이 한 몸에서 공생하기 시작한 이후에 펼쳐지는 다양한 액션과 적절한 코미디는 정말 의외의 즐거움이다. 에디와 베놈의 관계는 로맨틱 코미디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인데, 관객이 기대하던 톤은 아닐지라도 (최근 코믹스 속 묘사는 이것에 가깝다고 한다) 당장의 즐거움을 주긴 한다. 에디 브룩-베놈-칼튼 드레이크의 <디스 민즈 워>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놀리는 것 같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충분히 동의할만한 내용이며 꽤나 재미있기까지 하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아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같은 분위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액션 시퀀스들은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에디 브룩과 베놈이 공생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액션들은 근접 격투부터 카체이싱, 촉수를 이용한 활공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10여분 간의 카체이싱 액션에 주목할만하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모습 만으로도 이번 영화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장면이었다. 공중에 뜬 베놈이 촉수를 사용해 다시 오토바이에 탑승하는 장면, 오토바이로 달리는 중에 촉수로 적의 차를 충돌시키는 장면 등은 꽤나 완성도 높은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카체이싱 장면은 샌프란시스코라는 배경 때문에 <앤트맨과 와스프>의 카체이싱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고, 80~90년대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투박함이 베놈이라는 캐릭터 혹은 톰 하디라는 배우와 썩 잘 어울린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CG 액션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슈퍼히어로 영화 대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기에 큰 단점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베놈>의 촬영 현장에서 스파이더맨인 톰 홀랜드가 목격됐다는 소식 때문에 MCU와 이번 영화가 연계된다는 루머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스파이더맨’ 속 인물이나 회사의 이름 등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세계관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MCU보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때의 세계관을 계승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2편으로 마무리된 게 아쉽기만 할 뿐이다. 로튼토마토 등에서의 끔찍한 평가와는 다르게, <베놈>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정도의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실현될 수 어렵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쿠키 영상에서의 의외의 등장인물(그리고 의외의 배우)은 충분히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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