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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09. 2018

현대적 감각을 탑재한 고전적 리메이크

<스타 이즈 본> 브래들리 쿠퍼 2018

 1937년 윌리엄 A. 윌먼의 <스타 탄생> 이후 세 번째 리메이크 작품인 <스타 이즈 본>이 개봉했다. 원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을 맡고 비욘세를 주연으로 추진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결국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 데뷔작으로 제작되었다. 주연은 쿠퍼와 함께 레이디 가가가 함께 하게 되었다. 이번 영화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조연 혹은 카메오로 출연해온 레이디 가가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브래들리 쿠퍼의 <스타 이즈 본>은 할리우드 스타가 아닌 팝스타를 주인공으로 한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웨이트리스 일을 하며 바에서 간간히 공연하는 앨리(레이디 가가)는 우연히 바를 찾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을 만나게 된다. 앨리의 목소리에 반한 잭슨은 자신의 공연에 앨리를 초대하고, 앨리의 자작곡을 함께 부른다. 공연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자 앨리는 한순간에 스타가 되고, 앨리는 잭슨의 투어에 함께하며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중 앨리의 가능성을 알아본 음반 제작자 레즈(라피 가브론)가 음반 계약을 제안하고, 앨리는 팝스타가 된다.

 할리우드에서 음악계로 무대를 옮긴 선택은 효과적이다. 아마 톱스타의 의해 성공하게 되는 스타의 이야기는 현재의 할리우드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때문에 레이디 가가라는 캐스팅과 의외로 준수한 노래 실력을 보여주는 브래들리 쿠퍼의 조합은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이번이 연출 데뷔작인 브래들리 쿠퍼의 깔끔한 연출은 <스타 이즈 본>이 지닌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를 고전적 영화의 분위기로 담아낸다. 그렇기에 관객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결말을 알아챌 수 있는 뻔한 이야기를 즐겁게 감상하게 된다. 특히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하는 장면, 퇴근한 앨리가 노래를 부르며 공연하러 가는 길을 담는 롱테이크 장면은 노련한 고전영화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만 같다. 골목길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앨리의 뒤로 등장하는 고전적인 서체의 붉은 ‘A Star Is Born’ 타이틀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이 아닐까 싶다. 앨리가 공연하는 곳이 드랙 바(드랙 퀸들이 공연하는 공간)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곳곳에서 잭슨을 촬영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앨리의 공연이 담긴 유튜브와 함께 2018년의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앨리가 잭슨과 함께 투어를 돌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드러나는 전반부는 매끄럽게 흘러간다. 하지만 잭슨의 불우한 과거사와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서로 달라지는 음악 성향 등의 문제로 둘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후반부는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 느낌이다. 두 배우의 연기는 감정선을 탄탄하게 잡아주지만, 앨리와 잭슨이라는 캐릭터는 기계적으로 갈등과 봉합을 반복할 뿐이다. ‘The Shallows’를 비롯한 영화의 훌륭한 음악들이 없었더라면 굉장히 심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빠진 남성 묘사에 빈번히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이 배제되었다는 것은 눈여겨볼만한 지점이다. 물론 폭력이 존재하지 않는 영화는 아니지만, 타인 혹은 약자를 향한 폭력을 최대한 배제시켰다는 점이 좋았다. 이러한 지점들은 이번 영화를 앞선 영화와의 차별점이 된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를 통해 영화에 현대적인 감각을 부여하고, 동시에 고전적인 스타일을 놓치지 않으며 기존 <스타 탄생> 영화들의 형식을 따라간다. 영화의 후반부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와 노래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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